러 외무 “냉전때보다 더 위험”…서방 “러 탓”

순환 의장국 러, 평화·다자주의 주제로 안보리 회의 주재

UN 사무총장 “우크라 침공이 세계질서에 혼란 가중”

“강대국 간 긴장, 역사적으로 최고조 달해”

EU “러, 모든 곳에서 유엔 헌장 모독”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회의에서 세계가 냉전 시대보다 더 위험한 상황이라고 경고하자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뿐 아니라 서방국들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세계 혼란을 가중시켰다며 이에 반박하고 나섰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라브로프 장관은 2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안보리 회의를 주재하며 "냉전 때와 마찬가지로 우리는 위험한, 어쩌면 더 위험한 문턱에 도달했다"며 "다자주의에 대한 신뢰 상실로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미국 등 서방이 외교보다 전쟁을 부추기고 경제 제재를 가하는 등 세계화를 퇴화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세계의 미국 중심 질서를 비꼬며 "아무도 서방 소수 민족이 인류를 대신해 말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이날 '국제 평화 및 안보유지- 유엔 헌장 원칙 수호를 통한 효과적 다자주의'라는 주제로 안보리 회의를 주재했다. 유엔 안보리는 15개의 이사국이 돌아가며 의장국을 맡고 있는데 러시아가 이달의 순환 의장국이다.

이날 라브로프 장관의 발언에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과 서방국들은 강력한 반발을 표하고 나섰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옆자리에 앉은 라브로프 장관의 얼굴에 대고 이 같은 세계의 혼란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강대국 간 긴장이 역사적으로 최고조에 달했다"며 "우발적이나 오산을 통한 전쟁의 위험도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유엔 헌장과 국제법 위법인 우크라이나 침공은 그 나라와 국민들에게 대규모의 고통과 파괴를 주고 코로나19로 혼란한 세계 질서에 부채질을 했다"고 반발했다.

EU는 올로프 스코그 주유엔 EU 대사의 공동성명을 통해 "러시아는 모든 곳에서 유엔헌장을 모독하고 있다"며 "러시아가 유엔 헌장과 다자주의를 지지하는 수호자처럼 자신을 표현했지만 그 어떤 것도 사실과 다르다"고 지적했다.

린다 토마스-그린필드 주유엔 미 대사 또한 러시아가 구금 중인 미 해병대원 출신 폴 웰런과 월스트리트저널(WSJ) 기자 에반 게르시코비치의 석방을 촉구하며 러시아가 두 미국인을 정치적 협상카드로 사용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나섰다.

또한 이날 유엔 이사국은 내달 18일의 흑해 곡물 수출 협정 재연장을 파기할 것이라고 압박하는 러시아에 합의를 촉구했다. 러시아는 세계 주요 7개국(G7) 장관급 회의에서 러시아에 대한 수출을 전면 통제하는 강경 규제안이 논의된 것으로 알려지자 이에 대한 보복 조치로 "흑해 곡물 협정" 파기를 언급하며 식량 무기화를 암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