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끈적한 물가, 비용인상 압력의 2차 파급 영향"

"韓, 에너지가격의 소비자가격 전가 더뎌...전기·도시가스요금 뒤늦게 반영"

"국제유가의 파급영향 2년 지속...작년 국제유가 급등 여파 여전"

"근원인플레 압력 점차 완화...비용상승압력 다시 커질 경우 오래 지속"

최근 한국과 미국의 근원인플레이션이 끈적한(sticky) 모습을 보이고 있는 데는 경직적인 노동시장 상황과 2차 파급영향이 주요 배경으로 지목되고 있다.

노동시장의 인플레이션 압력은 미국에서 크게 나타나고, 에너지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누적된 비용인상압력이 근원물가에 전가되는 2차 파급영향은 한국에서 더 오래 지속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은행 조사국 물가동향팀은 25일 'BOK 이슈노트-우리나라와 미국의 근원인플레이션 압력 평가'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소비자물가 상승률(CPI)이 상당폭 둔화했으나 식료품·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의 둔화세는 뚜렷하지 않은 모습이다. 한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7월 6.3% 정점 이후 지난달 4.2%로 8개월간 2.1%포인트(p) 낮아졌다. 그러나 근원물가 상승률은 지난달 4.0%로 4개월간 0.3%p 둔화하는 데 그쳤다.

근원물가 오름세가 쉽게 꺾이지 않고 한동안 끈적한 모습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한은은 "팬데믹 직전에 비해 경직적인 노동시장 외에도 그간 누적된 비용상승압력, 공공요금 인상 등에 따른 2차 파급영향이 그 배경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노동시장의 근원인플레이션 압력은 미국이 한국의 두 배를 웃도는 것으로 분석됐다. 근원서비스물가 변동에 대한 노동시장 경직성의 설명력이 미국은 36.6%에 달했으나, 한국은 그 절반에 못 미치는 16.7%에 그쳤다.  반면 2021년 이후 수입물가 상승으로 누적된 비용인상 압력은 한국이 미국보다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누적 수입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초 36.6%까지 상승했다가 올해 3월에는 18.8%로 낮아졌으나 여전히 미국(12.4%)보다 크게 높은 수준이다. 이는 주로 에너지 원자재 가격 상승에 기인한다.

한은은 "수입물가와 달리 CPI 내 에너지가격은 미국에 비해 한국의 상승폭이 작다"며 "이는 에너지가격의 소비자가격 전가가 우리나라에서 상대적으로 더디게 진행되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봤다. 에너지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누적된 원가상승부담이 뒤늦게 전기·도시가스요금에 반영되는 영향을 받았다는 것이다. 국제유가의 근원인플레이션 파급영향이 지속하는 정도도 한국이 미국에 비해 높게 나타났다. 근원물가에 대한 유가충격의 영향이 미국은 1년 정도 지속되는 데 그쳤으나, 한국에서는 2년 가까이 지속됐다.

한은은 "이를 감안하면 지난해 국제유가의 큰 폭 상승으로 누적된 비용인상압력이 최근까지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은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에너지 원자재 가격이 안정되고 있는 점에 비춰 볼 때 2차 파급영향에 따른 근원인플레이션 압력은 점차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최근 소비 부진이 완화되고 있는 가운데 유가 등 비용상승압력이 다시 커질 경우 근원인플레이션에 대한 2차 파급영향이 예상보다 오래 지속될 가능성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