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가 나간지 일주일이 지난 현재 관세청의 공식 입장은 "모든 관련자료를 모아서 사실확인작업에 들어갔다. 해명을 할 때까지 기다려 달라"는 것. 하지만 9시뉴스의 영향력은 관세청 관계자들뿐만 아니라 이미 국민들의 마음을 심란하게 만들었다.
보도의 내용은 국내 주요 자동차회사들이 작성한 수출신고서에 기재된 내용 중 터무니없는 가격이 표시돼 있어 저가수출에 의한 매출액 축소 등의 의혹이 있다는 것.
특히 "기아자동차의 스포티지가 0원, 현대의 투스카니가 27만원에 수출된 것으로 기록됐다"며 "이러한 수출입 거래자료는 미국의 한 대학 교수팀에게 분석을 의뢰했다"고 신뢰성을 강조했다.
이어 현대, 기아, GM대우의 자동차3사 전체 수출의 4분의 1에 가까운 물량이 평균 수출단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수출된 것으로 조사됐다는 주장도 덧붙였다.
이 보도는 이를 토대로 세가지 의문점을 집중 제기했다. 첫째는 자동차회사에서 매출을 줄이고 세금을 줄이려고 고의로 적은 금액을 기재했을 수 있고, 둘째는 시장 개척을 위해 저가로 수출했을 가능성, 마지막으로 단순한 기록실수를 들었다.
현대·기아 “속이려한 것은 아니다”
이에 대해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는 단순한 착오라는 입장이다.
먼저 관세사를 통하지 않는 자가통관업체인 현대차는 총 수출금액을 전체 수출대수로 나눠야 함에도 1개 품목을 전체대수로 나눈 전산실수라는 것. 관세사가 통관업무를 담당하는 기아차는 관세사의 입력 실수로 인해 단가를 기록하는 부분에서 오류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현대차 수출담당자는 "총 수출금액에는 오류가 없기 때문에 속이려고 했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잘랐다.
또한 저가수출 의혹의 경우에도 "해당국의 반덤핑 제소나 통관상의 문제발생이 불보듯 뻔한 일인데 뭐하러 그런 짓을 하겠냐"며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반박했다.
이 담당자는 특히 "현대차 전체의 연간 수출기록만 2만여건이 넘는데 어떻게 일일이 확인 할 수 있으며 세금을 탈루하려고 했다면 왜 16건만 잘못 됐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나 어찌됐든 정확해야 할 수출 신고금액이 잘못 기재됐다는 사실은 부정하지 않았다. 게다가 16건이라고 해도 차한대를 2000만원으로 봤을 때 3억원이 넘는 금액이 잘못 기록돼 있었다는 점은 명쾌한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다.
관세청은 자동차회사들보다 좀더 답답한 모습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수출입 물류량을 볼 때 전산으로 처리되는 수백만건의 기록을 일일이 확인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전산오류라고 해도 관세와는 상관없는 수출의 경우 더욱 무관심 할 수밖에 없는 것.
관세청 관계자는 "통관은 거의 그대로 들어온다고 보면 된다. 수출신고의 90% 이상이 자동 수리되며 수입의 경우에도 일단 통관 이후에 심사과정에서 잘잘못을 가리게 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지금 우리나라의 교역물량은 엄청난 수준이다. 그것을(수출입 신고) 전부 확인한다면 공항과 항만은 마비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현재 수출신고의 시스템은 기업에서 관세사로 수출정보가 전달되고 관세사가 전산으로 신고를 하면 그 것이 세관에 전해지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
현대와 같이 관세사를 거치지 않는 자가통관업체 역시 형식적으로 관세사가 개입하지 않는 것일 뿐 관세사를 직원으로 채용해서 해당 업무를 담당하게 하고 있기 때문에 관세사의 역할을 직원이 하는 것뿐 별반 차이는 없다.
의혹은 여전하고…해명은 멀고
현재 S전자에서 관세업무를 맡고 있는 한 전직 관세사도 "페이퍼리스(paperless)라고 해서 현재의 관세행정은 대부분이 전산화 돼 있어서 수십 수백만건의 수출입건수를 일일이 확인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남아있는 의혹과 관세청의 책임, 기업의 책임에 대해 지적했다.
그는 "전산으로 처리된다고는 하지만 컴퓨터에서의 '엔터키'와 같은 클릭 한번정도는 세관직원들이 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최종 확인자로서의 책임이 따른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기업의 경우에도 매출총액과 같은 매출정보를 세세하게 기재하는 것이 당연한 상황에서 수출되는 차량이 아무리 많다고 하더라도 금액의 오차가 발생했다는 것은 상대방 수입국의 수입통관과정에서도 문제가 될 수 있다"며 "또 그것이 소량이더라도 일정기간 주기적으로 발생했다면 기업직원과 세관공무원 혹은 관세사와의 뒷거래가 있을 수 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아무리 물량이 많아도 계산은 정확해야한다는 것이다. 전산오류라고 하더라도 책임이 없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 쪽에서야 관세와 관련 없고 세금을 내지 않는다고 해서 수출은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고 하지만 우리의 물건을 받는 상대 수입국들은 우리기업들이 작성한 수출신고서의 원산지표시, 보험가입서류, 가격 등을 보고, 믿고 수입하는 것인데 그것에 오류가 있다면 정정요구나 수입거부의 사유가 될 수 있다.
우리나라 관세청은 국제관세기구(WCO)에서도 상을 받을 정도로 세계적으로 전산통관시스템의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다.
따라서 단순한 오류라면 그 오류가 재발하지 않게 대비해야 할 것이고 그렇지 않고 모종의 거래나 비리가 있다면 철저히 밝혀내야만 한다.
관세청은 방송이 나간 이후 관련 수출입신고 자료를 모두 모으고 자동차 회사들의 금전거래부분까지도 조심스럽게 사실확인작업에 들어갔지만 엄청난 규모의 수출입 물량, 그것도 2년 전의 자료까지 모두 검토한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고 곤혹스러워한다.
그러나 이미 상당수 사실확인작업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세청 외환조사과 관계자는 "톤과 킬로그램을 잘못 환산하는 등 방송에서 제시한 통계의 문제점도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또한 "일부건수의 경우 관세사 여직원의 실수로 확인되고 있고, 추가로 사실확인작업이 이뤄지고 있는 만큼 조만간 명확한 해명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시간이 그렇게 많지는 않아 보인다. 방송이 나간지 일주일이 훌쩍 지났다. 이날 뉴스를 본 상당수 국민들은 "관세행정이 너무나도 허술하구나"혹은 "자동차 제조회사들은 원래 불법을 저지르는 놈들이야"라고 이미 믿음을 가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