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가 발표한 '세제개편안'과 '비전2030'보고서를 매개로 더욱 논란이 가열되고 있는 분위기다. 언론과 정치권은 대(對)정부 공격수위를 한층 끌어올렸고 정부는 이에 대한 방어전에 힘을 쏟아내고 있는 모습이 역력하다.
지난 달 21일 정부가 발표한 '2006년 세제개편안'에는 소수자 추가공제를 전면 폐지하고 '다자녀 추가공제로 전환한다는 방안이 담겼다. 출산률 제고목적의 세금특례 구조조정인 셈.
이를 나쁘게 해석하면 자녀가 없는 맞벌이 가구 등의 세부담을 올리고 자녀가 많은 가구에 그 혜택을 돌려주겠다는 것이다.
결과는 뻔했다. 엄청난 반발의 목소리가 쏟아져 나왔다. 당초 세제개편안 당정협의시 정부 방침에 동의의 뜻을 표한 것으로 알려진 열린우리당도 반발이 확산되자 태도를 바꿔 책임을 정부에 떠넘기는 등 역풍을 피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다음은 '비전2030'보고서 차례.
장미빛 복지국가 모델은 차치하고서라도 이에 소요되는 천문학적 재원, 1100조원을 어디서 마련할 것인가에 대한 논란이 불거졌다. 정부는 이 비전을 실현하는 데 2006년∼2010년까지 4조원, 2011년∼2030년까지 1096조원 등 1100조원의 재원이 소요되며 국채발행 혹은 세금을 통해 조달해야 한다는 방침을 내놓았다.
정부는 "현 정권과 다음 정권까지는 '제도개혁' 시기이기 때문에 증세는 필요 없다. 다만 2011년 이후 재원조달과 관련해 증세 등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앞으로 5, 6년 후 세금부담을 늘리는 것은 불가피하다는 뜻이다.
단지 '아'가 다르고 '어'가 다를 뿐이다. 선진국형 복지국가에 살고 싶으면 더 많은 세금을 내야 한다는 것은 너무도 뻔한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 관계자들은 하루가 멀다하고 각종 채널을 통해 증세논란을 부추기는 언론과 정치권을 공격하고 있다. "더 나은 사회를 만들자면서 아무런 노력 없이 기다리기만 하면 안 된다"고 주장하면서.
그러나 작금의 현실이 이 같은 세금정책을 둘러싼 '숫자놀음'에 사회 각층이 불필요한 비용과 노력을 쏟아야 할 시점인지 여부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 경제상황이 좀 처럼 기지개를 펼 기색을 보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경제부총리가 대국민 사과(?)까지 하는 판이다.
정부와 언론, 정치권이 합심해 경제침체를 극복하고 흔들리는 민생을 안정시키는데 주력해도 모자랄 판에 정치적 목적성이 다분한 현실성 없는 장기비전만 내놓거나(정부) 이를 트집잡아 불필요한 (증세)논란을 부추기는(언론, 정치권), 모습만 보이고 있는 것이다.
세금과 관련한 '뉴스'는 국민을 분명 슬프게 한다. 그러나 슬픔의 정도는 시점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작금과 같은 우울한 경제상황에서라면 더욱 슬픈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더욱 국민을 슬프게 하는 것은 민생의 현실을 외면하고 공허한 숫자놀음만 계속하고 있는 사회지도층의 현 주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