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로비 공판이 재판관 교체 이후 다시 속행됐지만 진실공방은 여전히 계속됐다.
4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1부(부장판사 이종석)가 속행한 현대차 로비공판에서 검찰은 지난 공판에서 논란이 됐던 돈가방 문제를 또다시 들고 나왔다.
검찰은 직접 시중은행에서 돈을 줬다는 가방과 동일한 가방속에 1000만원 묶음의 돈뭉치 5개를 집어넣어 촬영한 사진을 공개하며 "지난번 변호인의 설명과는 달리 가방에는 1000만원묶음이 5개가 들어가고도 남는다"고 주장했다.
이에 이성근 전 산은캐피탈 사장의 변호인측은 "김동훈씨 스스로가 돈뭉치 4개만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을 지난번 시인했다"고 반박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재판장이 소란해지자 이종석재판관은 "가방에 대해서는 나중에 실질 검증절차를 거칠 것이니 법정에서 목소리를 높이지 말라"며 "사실에 대한 판단은 재판부가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성근씨의 변호인은 또 김동훈씨에 대한 증인심문에서 김씨가 검찰조서를 통해 금감원에 근무하고 있는 동기동창들과 자주 만난적이 있다고 진술한 점을 들며 "금감원 동기동창들은 누구이며 이들과 함께 이성근 피고를 만난적이 있는가"라고 캐물었다.
이에 김동훈씨는 "기억을 못하겠다"고 일관했다.
재판에서는 김동훈씨가 현대차로부터 받은 로비자금 41억6000만원에서 로비자금으로 썼다는 돈을 제외한 나머지 15억4000여만원의 행방에 대한 공방도 계속됐다.
새로 사건을 담당하게 된 이종석 재판관은 그동안의 사건 진행상황을 확인하는 질문을 통해 "위아채권을 탕감하기 위한 로비자금은 이미 다 책정돼 있던 돈인가"라고 물었고 김씨는 "산은채권을 위해 20억원, 나머지에 2%정도씩의 금액이 책정돼 있었다"고 설명했다.
재판관은 또 "이 사건 이외의 남은 금액이 15억4000여만원인데 단순한 술값이나 향응비용으로 사용했다는 것은 무리가 있다. 그렇다면 여기 있는 피고인들 이외에 다른 사람에게도 뇌물을 제공한 것인가"라고 물었다.
이에 김씨는 "없다고는 할 수 없다"고 추가 로비리스트의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날 공판에서는 새로 사건을 담당하게 된 이종석 재판관의 완숙한 재판진행이 특히 돋보였는데 재판관은 검사와 변호인측에서 목소리가 높아지자 "판단은 재판부에서 할 것이니 목청을 높일 일이 아니다"라고 신중함을 보였으며 재판 시작전에는 피고인들의 진술상황을 재확인 시켜 주는 등 꼼꼼함을 보였다.
이종석 재판관은 특히 검찰의 진술서를 일일이 증인에게 확인토록 해 진술 번복에 대한 부담을 느끼도록 유도했으며 부족한 공판 기일에 대해서도 "검찰의 조서에 대한 진정성립과 관련된 증인 심문을 3기일 내에 끝낼 것"이라고 선언하는 등 기일 조정에 대한 의지를 강조했다.
재판관은 "10월 중순경에는 심문을 끝낼 수 있도록 의견과 계획을 제출해 달라"고 양측에 주문하기도 했다.
다음 재판은 오는 11일 오후 2시에 속행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