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금지금 수출과 관련해 사실관계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수출업자들에게 '구매확인서'를 끊어 준 시중은행들을 상대로 거액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시중은행들은 국민은행, 우리은행, 외환은행, 기업은행, 하나은행, SC제일은행, 신한은행 등 7개 은행과 이들 은행의 전·현직 행장 등 총 18명이며, 손해배상청구금액이 총155억5200만원에 이를 정도로 거액이다.
국세청의 소송은 은행들이 관련 서류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금지금 수출업자 등에게 영세율 적용을 위한 구매확인서를 발급해줬고, 이로 인해 영세율의 잘못 적용으로 국세청이 받아야 할 세금을 제대로 거둬들이지 못했기 때문에 이뤄졌다.
국세청은 국가명의로 낸 소장에서 "은행들이 수출신용장이나 수출계약서 등 구매확인서 발급에 필수적인 서류를 전혀 첨부하지 않은 수출업자들에게 구매확인서를 발급하는 등 위법·부당한 행위를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사업자들이 국내 거래에도 부가가치세 영세율을 적용 받기 위해 신청한 구매확인서를 은행이 남발하면서 세법질서가 어지럽혀졌고, 결국 국세청은 국내거래에도 적용해서는 안될 영세율을 적용하게 됐다는 것.
이와 관련 국세청은 지금까지 영세율이 잘못 적용된 사실을 뒤늦게 알고 구매승인서의 하자를 이유로 관련 부가가치세 부과 처분을 내렸지만, 거래상대방들이 '구매 확인서가 적법하게 발급됐는지 여부를 확인할 의무가 없다'며 낸 소송에서 대부분 패소했다.
그러나 탈세에 대한 사회적 비난이 높아진 현재는 이같은 소송에 법원이 국세청 손을 들어주기 시작하면서, 국세청이 과거 거둬들이지 못한 세금에 대해서도 강한 징수의욕을 가지면서 이번 소송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국세청은 이번 소송에서 "은행들이 사업자들에게 위법·부당한 구매확인서만 발급하지 않았다면 거래상대방들은 사업자들로부터 부가가치세 상당액을 징수했을 것이고, 그 금액은 국가에 세금으로 귀속됐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결국 은행들이 구매확인서의 남발로 인해 국가의 조세채권을 침해한 불법행위를 저지른 셈이므로 국가의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것이 국세청 입장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