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세무조사행정 혁신방안 발표
포괄적 자료요구는 원칙적 금지키로
지방청서 '과세 전 적법성 검토회의'도
◆…국세청은 16일 "납세자 부담은 낮추고 적법절차·적법과세 수준은 더 높이도록 국민과 현장의 목소리를 담아 세무조사 전반을 혁신하겠다"고 밝혔다.(사진 국세청)
"납세자가 세무조사를 충실히 준비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합니다."(2022년 8월 국세청장 대한상공회의소 간담회 당시)
국세청이 납세자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세무조사 준비 부담을 낮추는 방향으로, 세무조사 행정의 운영 틀을 고친다. 세무조사가 시작되기 15일 전에 사전통지를 해야 하던 것을, '20일 전'까지로 늘리기로 한 것이다. 또 탈루혐의가 크지 않거나 자료제출에 협조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현장조사 일수를 확 줄인다.
국세청은 16일 이 같은 내용 등을 담은 '조사행정 혁신방안'을 발표했다. 국세청은 "공정과세를 위해 세무조사의 실효성은 확보하면서도 납세자의 의무가 과도한 부담이 되지 않도록 지속적인 노력과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
우선 세무조사 사전통지 기간을 세무조사 시작 20일 전(현 15일 전)으로 늘린다. 사전통지 기간은 1996년 당시 7일에서 2007년 10일로, 2018년엔 15일까지 늘어났는데 현장에선 준비 기간이 짧다는 의견이 적지 않았다고 한다. 사전통지 기간 확대 대상은 정기 세무조사 중 연간 수입금액이 500억원 미만 법인사업자·100억원 미만 개인사업자다.
또 현장조사(납세자의 사업장에 세무공무원이 직접 방문해서 질문·조사하는 방식) 기간을 줄인다. 국세청은 ①회계 처리가 투명하고 ②탈루혐의가 크지 않으며 ③자료제출에 적극적으로 협조하는 경우 현장조사 기간 관리대상으로 지정해, 현장조사 일수를 전체 조사 기간의 50~70% 수준으로 줄이기로 했다. 서울·중부지방국세청의 정기 세무조사 대상으로, 올해 말까지 시범 운영할 계획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향후 개선사항을 보완해서 모든 관서로 확대 시행하겠다"고 말했다.
또 '자료제출 요구 가이드라인'을 뜯어고쳤다. 세무조사 과정에서 포괄적 자료 요구는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자료제출 요구 목록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며, 관리자의 사전검토를 거쳐 필요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자료를 요구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관리자가 납세자 의견 듣고…조사결과도 상세히 알려주기로
#. 지방청으로부터 세무조사를 받고 있었던 한 제조업체. 세무조사가 진행되던 때, 지방청 조사국 과장이 현장에 방문했다. 그는 업체 대표에게 '조사팀이 무리하게 자료제출을 요구하거나 과세쟁점에 이견이 있을 때, 본인에게 직접 말해달라'고 했다고 한다. 업체 대표는 '세무조사가 무섭고 두려운 것만으로 느꼈었는데, 납세자가 조사관리자에게 직접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니 세상이 많이 변했음을 세삼 느낄 수 있었다"고 했다.
이는 조사관리자(과장 또는 국장)가 납세자의 소명 의견이나 애로사항을 직접 듣고 소통할 수 있도록 국세청에서 새로 만든 '청문 절차(납세자가 과세쟁점에 대한 소명을 제출하고 청문 신청→관리자가 검토해 세무조사에 반영)'다. 국세청은 조사 기간이 50일 이상인 법인·개인 통합조사를 대상으로 올해 말까지 시범운영(서울청)하고, 향후 모든 관서로 확대하기로 했다.
납세자에게 세무조사 결과를 정확하게 알려주고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절차도 생겼다. '조사결과 설명회'로, 이 설명회에서는 조사 기간이 종료한 날로부터 20일 이내에 납세자에게 직접 세무조사 결과를 문서로 교부하고, 세무조사 내용·구체적인 과세근거·납세자 소명에 대한 검토 결과·권리구제절차 등을 알려준다. 국세청 관계자는 "과세처분에 대한 납세자의 방어권이 실질적으로 보장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과세 전에 적법성 더 따져본다
◆…(자료 국세청)
지방청 조사국 내에 '과세 전 적법성 검토회의' 절차도 새로 만들었다. 이는 납세자의 재산권을 제한할 수 있는 과세 결정을 체계적을 검토하기 위해서다. 이 회의에서는 조사팀·심의팀과 전문가 그룹(납세자 입장만을 대변하는 레드팀 역할, 관련 조사경력이 풍부한 전문가로 구성)이 토론하면서 과세 법리와 증빙을 심층 검토하고, 조사국장이 과세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 국세청 관계자는 "집단지성을 활용해서 과세여부를 신중히 결정함으로써 적법과세를 구현하고 불복청구로 인한 납세자 부담과 불편을 줄이겠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