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1600조원...금감원 "특례보금자리론 증가 영향"

금감원, 가계대출 동향 및 건전성 점검회의 개최

"정책모기지 취급 확대로 가계대출 증가 전환"

"가계대출 수급여건 고려시 증가폭 제한적 전망"

"9월 코로나19 상환유예 종료...연체율 상승 압력 제한적"

전문가 "하반기엔 기업대출 모니터링 강화 필요"

금융감독원은 25일 이준수 은행‧중소서민금융 부원장 주재로 금융업권 및 민간전문가 등과 '가계대출 동향 및 건전성 점검회의'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은행 중에서는 국민‧신한‧우리‧하나‧농협‧부산‧카카오가 참석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4월말 금융권 가계대출은 1598조8000억원 수준이다. 지난해 9월 이후 감소세를 지속하다가 지난달 2000억원 증가로 전환됐다.

금감원은 "무주택자 등 실수요자 위주의 주택거래가 늘면서 특례보금자리론 등 은행권의 정책모기지 취급이 3월 이후 4조7000억원 확대된 데 주로 기인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책모기지를 제외한 은행권 여타 대출(집단·전세·신용)과 제2금융권 가계대출은 4월에도 감소세를 지속했다"고 부연했다.

금감원은 향후 가계대출 증가세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일부 시각이 있지만 현재 가계대출 수급 여건에 비춰볼 때 증가 폭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판단했다.

대출금리가 과거 대출 급증기에 비해 여전히 높은 수준이고, 주된 대출 수요인 주택거래도 올해 들어 실수요자 중심으로 일부 지역에서 늘고 있으나 전반적으로 예년보다 적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또 금융기관들도 차주 신용위험 증가(은행), 수익성·건전성 저하 압박(상호금융·저축은행) 등으로 당분간 대출 공급을 확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금감원은 "가계대출 수요·공급 여건과 시장금리 및 부동산시장 환경 등에 비춰 가계대출 급증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가계대출 규모가 GDP 대비 102.2%로 높은 수준이고 향후 자산시장 및 시장금리 향방에 따라 증가세가 빨라질 수 있으므로 경각심을 놓지 않고 관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업계 관계자는 "하반기에도 전세‧신용대출 신규수요 감소, 부동산 시장 침체에 따른 집단대출 감소로 가계대출이 전년 수준 유지 또는 소폭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들은 "특례보금자리론 등 정책금융 수요와 전세보증금 반환대출 수요 증가가 증가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으나, 차주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로 가계대출 급증 가능성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에 공감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출 부실 가능성 및 수익성 저하에 대비한 건전성 관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민간전문가는 "대내외 불확실성, 고금리 및 경기침체 우려 영향으로 디레버리징(부채축소)이 지속될 것"이라면서도 "기준금리 인하시점과 부동산‧주식시장 회복 여부에 따라 대출수요가 변동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하반기에는 무역환경 변화, 경기 침체 우려에 따라 가계대출보다는 기업대출 모니터링 강화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한편 금감원은 최근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금융권의 연체율 역시 과거 추이를 감안했을 때 여전히 낮은 수준이며, 그간 대손충당금 적립 등 선제적 대응을 바탕으로 감내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아직 금융시스템 건전성·안전성을 위협할 정도는 아니라는 설명이다.

3월말 기준 은행 연체율은 0.33%로 2019년 수준이다. 카드사(1.53%)와 캐피탈사(1.79%)는 연체율이 2019년과 비슷하거나 약간 높은 수준으로 회귀했다.

연체율 상승폭이 상대적으로 큰 저축은행(5.07%)과 상호금융(2.42%)은 각각 2016년 및 2014년 수준으로 회귀했으나 그 이전 시기의 최고치보다는 낮은 수준이다.

금감원은 "최근의 금융권 연체율 상승은 지난해 이후의 금리상승, 경기 둔화, 부동산시장 침체 등의 영향이 가시화되면서 나타난 현상"이라며 "코로나19 시기 대출이 급증하며 2021년 사상 최저치로 하락한 연체율이 대출 위축과 함께 과거 수준으로 회귀한 기저효과도 존재한다"고 분석했다.

금감원은 당분간 연체율 상승세가 이어질 수 있지만 금융시스템을 위협할 정도의 심각한 상황은 아니라고 진단했다.

금감원은 "최근 금융권이 연체채권 매각·상각, 여신사후관리 강화를 통해 연체 등 자산건전성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며 "대손충당금 적립 확대 및 자기자본 확충을 통해 손실흡수능력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9월말부터 코로나19 상환유예 여신의 상환이 개시되면 연체율 상승 압력이 커질 가능성도 존재한다. 다만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금감원은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