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CI가 지적한 '영문공시 부족'...금감원, 재무공시 선진화 포부 밝혀

MSCI, 정보흐름 개선 요구...영문공시 단계적 의무화

자산 10조원 또는 외국인 지분율 30% 코스피 상장사 내년부터 적용

상장 금융회사, 3분기 보고서부터 XBRL 공시 의무화

금융당국이 재무공시 선진화 및 국제화를 통해 코리아 디스카운트(국내증시 저평가)를 해소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이 한국시장의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내렸던 만큼 영문공시 부족이라는 문제가 개선될지 주목된다.

1일 금융감독원은 한국공인회계사회 및 한국XBRL본부와 '2023 XBRL 국제 콘퍼런스'를 개최해 이같이 밝혔다. XBRL는 기업재무정보의 생성‧보고‧분석 등을 쉽게 하고자 만들어진 재무보고용 국제표준 전산언어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XBRL을 확대 적용하면 해외 투자자들도 우리 기업의 영문 재무정보에
보다 빠르고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된다"며 "범정부 차원에서 추진 중인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와 한국 금융산업의 글로벌화에 큰 힘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석 금감원 기업공시국장도 "공시 입력단계부터 데이터를 구조화함으로써 정보의 활용가치를 배가시킬 것"이라며 "기업은 글로벌 시장에서 자신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고 투자자는 신속‧정밀한 분석을 통해 새로운 투자기회를 선별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재무공시 국제화 현황을 살펴보면 코스피, 코스닥 상장사의 기업정보, XBRL재무제표, 거래소 자율 영문공시가 제공되고 있다.

그러나 MSCI는 한국시장 접근성에 대해 영문 공시정보의 부족을 문제점으로 꼽았다. 모든 기업의 영문공시를 항상 쉽게 접근할 수 없다며 정보흐름 개선이 필요하다는 평가를 내렸다. 한국은 일본, 대만 등 비영어권 국가에 비해 낮은 점수를 받았다.

이에 금융당국은 영문공시의 단계적 의무화를 추진한다. 내년부터 자산 10조원 이상 또는 외국인 지분율 30% 이상 코스피 상장사는 국문공시 후 '3영업일' 이내 영문공시를 해야 한다. 거래소 공시 중 결산 관련 사항, 법정공시 공통 사항, 매매거래정지 수반 사항 등이 대상항목이다.

2026년부터는 자산 2조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로 확대한다. 거래소 공시와 일부 법정공시를 영문번역해 국문공시와 동시 제출하는 방안을 원칙으로 삼는다.

금감원은 기업의 부담 전혀 없이 금감원 시스템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일본 에디넷 방식을 참고해 공시서류 제목, 첨부서류 명칭 등 즉시 적용가능한 부분부터 영문화할 계획이다.

아울러 영문 다트(DART) 제공 대상을 코넥스·비상장사로 확대한다. 코스피‧코스닥의 경우 기업 정보, XBRL 재무정보, 거래소 자율 영문공시와 더불어 공시서류 제목 번역을 진행한다. 코넥스‧비상장사에 대헤서는 XBRL 재무정보 일부와 공시서류 제목 등 영문 데이터를 제공한다.

장기과제로는 외국인 투자자들을 위한 영문 오픈 다트 시스템을 구축할 방침이다. 법정 공시서류의 목차와 주요서식 등을 영문으로 제공하고 공시전문 AI번역기 도입을 추진한다.
 

상장 금융회사, 3분기 보고서부터 XBRL 공시 의무화

재무공시 선진화도 주요 과제다. 미국‧일본‧유럽 등은 재무제표 본문뿐만 아니라 주석까지 XBRL를 의무화하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비재무정보로까지 적용범위를 넓히자는 논의도 이뤄진다.

우리 정부도 'XBRL 재무공시 단계적 선진화 방안'을 통해 글로벌 동향에 발맞추고 있다. 현재 상장 비금융회사는 재무제표 본문에 XBRL를 적용하고 있는데 주석에 대해서도 대형 상장사부터 단계적으로 의무화된다.

자산2조원 이상은 2023년, 자산5000억원 이상은 2024년, 자산5000억원 미만은 2025년 사업보고서부터 적용된다.

상장 금융회사와 비상장사는 2023년 3분기보고서부터 재무제표 본문을 XBRL로 공시해야 한다.

XBRL 재무공시의 안정적 정착을 위한 방안도 마련됐다 .금감원은 기업의 부담을 덜어주고자 직접 XBRL 작성기를 개발해 무료 배포할 계획이다. 세계에서 유일한 사례라고 자평했다.

시행착오를 최소화하기 위해 상장사와 함게 재무제표 본문과 주석 파일럿 테스트도 실시한다. 1차 테스트는 지난해 11~12월 이뤄졌으며 2차는 이달 중 추진한다. 한국공인회계사회와 상장회사협의회, 코스닥협회, 업권별 금융협회와 상시 지원체계도 구축한다.

이 국장은 "공시정보의 활용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입력 단계부터 데이터를 구조화하는 작업이 수반된다"며 "일선에서 공시정보를 생산하는 기업의 관심과 참여가 중요하다. 공시 효익은 기업에도 도움이 된다는 인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