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산성...가파른 구간 많지 않아 가벼운 등산이 가능
상당산성...정상부까지 성벽 높게 쌓아 수려한 산세 자랑
금정산성...둘레 1만 8845m로 국내에서 규모 가장 큰 산성
◆…남한산성 연주봉 사진=경기도 광주시청 제공
한국관광공사가 6월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추천한 테마는 '산성 여행'이다. 나라를 지키기 위한 선조들의 희생과 고통을 기리며 역사와 자연과 문화가 살아 숨 쉬는 산성 여행지를 소개한다.
◇하늘과 숲으로 난 요새, 남한산성
경기 광주 남한산성은 통일신라시대 주장성 터에 성돌을 쌓아 1626년 완공했다. 이괄의 난을 겪은 뒤 조선 왕실의 피신처로 지었다. 김훈의 소설 '남한산성'과 황동혁 감독이 만든 '남한산성' 영화를 보고 이 곳을 방문하면 병자호란의 시린 풍경이 떠오르면서 비통함을 느끼게 된다.
12.4km에 이르는 성벽 산책로는 가파른 구간이 많지 않아 가벼운 등산이 가능하다. 보통 5개 탐방로를 기본으로 돌아본다. 1·2·4코스는 산성로터리, 3·5코스는 남한산성세계유산센터에서 출발한다. 가장 인기 있는 구간은 1코스(3.8km)로 1시간 20분쯤 걸린다. 산성로터리에서 출발해 북문-서문-수어장대-영춘정 남문을 지나 회귀한다. 3코스는 장경사-망월사-현절사(경기유형문화재) 등 숲길을 지나는 구간이 우세하다. 가장 짧은 탐방로는 2코스로 약 1시간 정도 걸린다.
남한산성 행궁은 왕이 임시로 거처하는 도성 밖의 궁궐이다. 병자호란 당시 인조가 거처한 곳이기도 하다. 왕이 집무한 외행전, 왕의 침실인 내행전 등을 갖춘 227칸 궁궐로 행궁에서 한적한 시간을 보내기 좋다. 산성을 탐방한 뒤 남한산성 행궁을 둘러보는 것과 숨은 자연 공간 경안천습지생태공원도 추천한다.
◇호서 지방을 지켜준 귀중한 요새, 청주 상당산성
◆…산성 일주 코스 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청주 상당산성(사적)은 조선 시대 군사적 요충지로, 재난이 일어날 때마다 호서 지방을 지켜준 소중한 보루이자 요새다. 산줄기를 따라 정상부까지 성벽을 높게 쌓아 정상에 오르면 상당산의 수려한 산세와 더불어 청주 일대의 아름다운 풍경을 만날 수 있다.
'산성 일주 코스'는 약 4㎞ 정도로 성문 3개와 암문 2개, 치성과 수구 3곳을 한 번에 둘러볼 수 있다. 저수지에서 출발해 남문을 지나 서남암문과 서문, 동북암문, 동문, 동장대를 거쳐 다시 저수지로 내려오는 데 1시간에서 1시간 30분 걸린다. 상당산성 일주의 백미는 정상부에 해당하는 남문-서문 성곽이다. 이 구간을 걷는 동안 우암산, 좌구산 등 이 일대 산야와 미호평야가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상당산성과 함께 청주에서 가장 큰 저수지를 품은 명암유원지, 청주의 감성 여행 1번지 수암골벽화마을, 건축가 고 김수근이 설계한 국립청주박물관도 방문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 가까이 두고 걷기 좋은 길, 부산 금정산성
◆…금정산 꼭대기에서 능선과 계곡을 따라 축조한 금정산성 사진=금정구청 제공
부산 금정산은 27개 지정 등산로 외에 주민들이 찾는 샛길을 포함하면 무려 100여 개 진입로가 있다고 한다. 금정산성(사적)은 금정산 꼭대기에서 동남쪽·서남쪽 능선과 계곡을 따라 축성했으며, 둘레 1만 8845m로 우리나라에서 규모가 가장 큰 산성이다.
현지 해설사가 추천하는 가장 매력적인 코스는 동문에서 출발해 3망루와 4망루로 이어지는 길이다. 완만한 숲길부터 가파른 암벽까지 다채롭게 어우러진 풍경을 배경삼아 넉넉잡아 1시간 30분 정도면 오를 수 있다. 나비바위와 부채바위 사이에 있는 3망루는 해발 550m 암벽에 절묘하게 얹혀 눈길을 사로잡는다. 해발 620m 주 능선에 있는 4망루에서는 북쪽으로 의상봉이, 서쪽으로 낙동강이, 동쪽으로 금정구 일대 아파트가 즐비해 다양한 풍광을 감상할 수 있다.
◆…고당봉에 있는 금샘 사진=사진=금정구청 제공
최고봉인 고당봉에는 안개의 영향으로 웬만해선 물이 마르지 않는 금샘이 있다. 금정산이란 이름도 이 샘에서 유래됐는데 이름과 달리 금샘은 물이 솟는 게 아니라 빗물이 고인 것이다. 금정산 자락 해발 400m 분지에 모여 앉은 금정산성마을에는 한여름에도 시원한 공기를 즐길 수 있고 흑염소불고기와 오리불고기 등 먹거리가 다양하다.
금정산 동쪽 기슭에 자리한 범어사는 부산에서 가장 오래된 사찰로 보물로 지정된 대웅전과 삼층석탑, 조계문이 눈에 띈다. 초여름에는 범어사 입구 계곡과 등나무 군락이 시원한 휴식처다. 금정산성과 인접한 동래온천에는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노천족욕탕도 있어 걷기의 피로를 풀기에 제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