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사회장 선거를 둘러싼 4가지 이야기

후보는 3명으로 압축됐다. 기호 1번은 구재이 세무사, 2번은 유영조 세무사, 3번은 김완일 세무사다. 김완일 후보는 최근까지 회원이 가장 많은 서울지방세무사회장 자리에 있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한 상태에서 선거를 치르게 됐다. 이에 상당수 세무사들은 김 후보의 당선 가능성을 높게 점치는 분위기다. 중부지방세무사회장직을 아직 유지하고 있는 유영조 후보와 세무사업계에 새바람을 자신한 구재이 후보가 김 후보를 견제하며 얼마나 많은 표를 획득할 수 있을지가 업계 안팎의 관심사다.

선거 결과는 뚜껑을 열어보기 전까지는 아무도 모른다. 남은 선거 과정에서 어떤 변수가 발생할 지도 모른다. 유리한 입장에 있는 후보는 조그마한 변수라도 차단하려 애쓰고, 따라 붙는 후보는 틈을 만들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할 수밖에 없다. 이번 선거에서도 이런 분위기는 여지없이 감지되고 있다. 과거 말 많았고 탈 많았던 세무사회장 선거. 이번 33대 세무사회장 선거에선 어떤 이야기거리가 있는지 간추려 봤다.

1. '현장 소견발표' 없앤 선관위

지난달 11일 세무사회 선관위가 이번 선거에서 현장 소견발표를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현장 소견발표는 투표 당일 투표장소에서 진행되어 왔다. 코로나19로 인해 최근엔 소견발표가 생략된 적도 했지만, 과거 소견발표는 회원들이 후보를 판단하는 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소견문이 미리 회원들에게 제공되긴 하지만, 직접 후보의 목소리로 이야기를 듣는 것은 또 다른 의미이기 때문. 선관위는 회원들이 후보자들의 소견문과 동영상을 제공 받게돼 굳이 현장에서 소견발표를 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타 후보를 비방하는 내용이 언급될 경우, 선거가 혼탁해질 수 있다는 이유도 내세웠다. 아울러 소견발표 여부는 임의규정이기 때문에 선관위가 언제든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라고도 했다.

이런 선관위 결정에 대해 몇몇 후보를 비롯, 여러 회원들의 비난이 쏟아졌다. 유영조 후보는 임의규정이라며 소견발표를 없앤 선관위의 해석은 심각한 하자가 있다며 철회해 줄 것을 요구했다. 구재이 후보는 석명요구서를 통해 "소견발표를 실시하지 않도록 일방적으로 결정한 것은 유권자인 회원의 알권리를 박탈한 것이고, 이는 회원들을 무시하는 것으로 신성한 선거권을 방해하는 결과까지 초래되므로 즉각 취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겸순 세무사회 감사는 "선관위는 회원의 알권리 충족을 위해 후보자의 의견을 직접 듣게 할 책임이 있으며 후보자 정책토론회도 없는 상태에서 유일한 소견발표를 폐지하는 것은 회원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2. 늦어진 김완일 후보의 '중도사퇴'

지난해 서울지방세무사회장에 당선된 김완일 후보는 선거가 얼마남지 않은 지난달 24일 본회장 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서울회장직을 사퇴했다. 이로 인해 서울회는 보궐선거를 불가피하게 7월 중 임시총회를 통해 치르게 됐는데, 발생할 선거 비용에 대해 예산 낭비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서울회원들은 6월 19일 본회장 선거에 이어 무더운 7월 서울회장 선거를 해야 하는 불편도 감내해야 한다. 본회장 선거와 서울회장 보궐선거를 6월에 함께 치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는 4월 30일까지 김 후보가 서울회장직을 사퇴했을 때 이야기다.

현직에 있어야 선거운동을 조금이나마 더 할수 있기 때문에 사퇴를 늦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지난해 서울회장 선거에서 김 후보와 자웅을 겨뤘던 이종탁 세무사는 "회원과 약속한 임기를 절반도 채우지 못하고 중도에 사퇴하는 것도 무책임한 것이지만 사퇴를 늦춰 회원들이 불편을 겪게 하고 예산낭비를 초래하게 한 것은 회직자로서 매우 부적절한 처신"이라며 "서울 회원들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정중하게 사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3. '세무사신문'의 특정후보 밀어주기? 구재이 후보는 지난달 석명요구서를 통해 선거중립과 공명선거를 요구했다. 그는 "제33대 임원선거에 즈음해 한국세무사회는 특정 후보 예정자를 위해 세무사신문 기사를 대서특필하거나 문자전송 등을 통해 회원들에게 지속적으로 알린다"며 "특정 후보자가 자랑해온 책자를 회 예산을 추가 책정해 회원에게 무상 교부하는 등 선거중립에서 벗어난 편파적 회무를 해왔다"고 비판했다.

유영조 후보 역시 최근 열린 중부회 착공식에서 "이틀 전에 배송된 세무사신문에는 특정 후보의 기사로 도배가 되어 있다"며 "회원 먹거리가 축소되는 위기감이 팽배한 상황에서 이에 대한 대응책을 연구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세무사회가 엉뚱한 곳에 집중하고 있어 안타깝다"고 힐난했다. 실제 5월 16일자 세무사신문에는 김완일 후보의 인터뷰와 기고문이 4개면에 걸쳐 실렸다. 내용상으론 조세학술상 공로상에 대한 인터뷰와 절세컨설팅 기고문 등 선거와 크게 상관없지만, 일각에선 회원들에게 이름과 얼굴을 노출시킨다는 점에서 선거중립에 어긋난 처사라는 지적이 나온다.

4. 시대에 뒤쳐진 세무사회, '전자투표'는 언제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전자투표 도입에 대한 이야기는 이번 선거에서도 어김없이 등장했지만, 결국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공인회계사회, 대한변협, 관세사회 등 타 자격단체들이 앞다퉈 전자투표를 도입한 것과는 사뭇 다른 행보다. 후보들 중에는 구재이 후보가 가장 강력하게 전자투표 도입을 제안했다. 구 후보는 세무사회에 건의서를 통해 전자투표제 도입을 요구하면서 "현장투표만 시행함으로 인한 회원불편을 대폭 축소하고 투표 참여율을 제고할 수 있으며 선거비용까지 축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세무사고시회(회장 이석정)도 성명서를 통해 "자리를 잡은 회원들은 투표장으로 가지만 개업 초기 회원들은 생업에 쫓겨 투표를 포기하는 상황"이라며 "결국 중대사인 임원선거, 회 운영에 대해 무관심으로 이어진 결정적 계기가 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면보다 비대면이 자유로운 현 상황에서 온라인투표 등 참여율을 높일 투표방식을 적극 고려해야 할 것이다. 설령 이번 선거에서 시행이 어렵다면 후보들이 공약으로 내걸고 당선 이후 선거에서 시행할 것을 약속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세무사회는 전자투표가 대리투표와 비밀투표 원칙을 훼손시키고 고령의 회원들이 투표권을 행사하는데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로 전자투표 도입을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