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젖병 등 제조업체 등 너도나도 조세혜택 요구 우려"
끝없는 나락으로 곤두박칠 치고 있는 출산율을 제고하기 위해 각종 정책 '아이디어'가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영유아용 위생용품(기저귀)에 대한 부가가치세 영세율을 적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특히 영세율 적용으로 인해 소비자 가격인하 효과는 적고 제조업체의 생산원가 인하효과가 크게 나타나 육아용품 생산업체만 이윤이 증가하는 왜곡현상을 초래할 우려가 크다는 지적이다. 말 그대로 '남(제조업체) 좋은 일'에 불과하다는 설명이다.
김호성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입법전문위원은 14일 한나라당 전여옥 의원의 대표발의로 제출된 부가가치세법 개정안에 대한 입법검토보고서를 통해 "(기저귀)영세율 적용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며 이 같은 의견을 제기했다.
전 의원 등은 최근 출산율 제고의 일환으로 영유아용 용변처리 위생용품(기저귀)에 대해 부가가치세 영세율을 적용한다는 내용의 입법안을 마련해 제출한 바 있다. 영유아 보육 가정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취지다.
김 전문위원은 그러나 이 같은 방안에 부정적인 의견을 내놨다.
김 전문위원은 "영세율 제도는 완전면세제도로 국제거래에 적용되는 것이 원칙"이라며 "예외적으로 국내거래에 적용되기도 하지만 기저귀에 영세율을 적용하는 것이 제도취지에 맞는지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전문위원은 이어 "영세율 적용을 통해 기저귀 가격인하가 일어나고 이로 인해 출산율 상승에 기여하겠다는 본래 취지보다는 소비자 가격인하는 적고 생산원가 인하가 크게 나타나 육아용품 생산업체의 이윤증가라는 왜곡된 결과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전문위원은 또 "설령 가격인하 효과가 있다고 해도 다양한 사회경제적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출산율 상승으로까지 직결된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덧붙였다.
조세형평성 훼손 우려도 제기했다. 김 전문위원은 "기저귀에만 영세율을 적용하면 다른 출산관련 용품인 젖병, 분유 등 생산업자와의 조세형평에 어긋나고 이들 업자들로부터 동일한 혜택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확산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전문위원은 "출산장려 지원은 보조금 지급이나 소득공제 등 직접세 위주 지원방식을 적용하고 있다"며 "단편적 세제지원보다는 보육시설 확충, 보육수당 지급 등 재정지원 등 현실적 정책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기저귀에 대한 부가가치세 영세율을 적용할 경우 연간 394억원(전체 시장규모 3940억원-유한킴벌리 2600억원(점유율 66%)추정)에 달하는 것으로 추계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