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현준 건축가. [CBS 박재홍의 한판승부]
유현준 홍익대 건축학과 교수·건축가는 전 세계에서 단위면적당 커피숍이 많은 동네가 우리나라 서울이라며 문제는 어떠한 공간이 사람 간 갈등을 심화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유 교수는 20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 승부에서 "공짜로 쓸 수 있는 공간이라는 게 의미가 중요하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특히 우리나라 같은 경우에는 돈을 내야만 쓸 수 있는 공간이 많다. 카페가 많다"며 "카페가 많은 이유는 벤치가 없어서다. 벤치가 가장 적은 돈으로 공짜로 머물게 해주는 장치인데 벤치가 없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뉴욕의 브로드웨이는 950m 구간에 벤치가 170개가 있는데 신사동 가로수길에는 벤치가 3개밖에 없다"며 "그러니까 전 세계에서 단위면적당 커피숍이 많은 동네가 서울이다"라고 부연했다.
이어 "(카페가 많은 것은) 벤치와 공원과 도서관이 별로 없어서 그렇다고 봐야 된다"며 "그런데 문제는 그 다음에 생긴다"고 말했다.
유 교수는 "돈을 내는 공간밖에 없다는 얘기는 돈이 많은 사람이 가는 공간과 돈이 없는 사람이 가는 공간이 다르다는 것"이라며 "그러니까 돈이 많은 사람들은 5000원 내고 스타벅스를 가고 돈이 없는 사람들은 저가 커피숍을 가는데 10년을 같이 살아도 공통의 추억이 안 생기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갈등 지수가 올라갈 수밖에 없다"며 "과거에는 우리나라가 어느 정도로 봉합이 됐는데 그 이유는 모래시계나 허준 같은 국민 드라마가 있었기 때문에 감정의 코드를 맞췄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요즘은 (OTT, 넷플릭스 등)다 다른 시간대에 다른 프로그램을 보니까 그게(공통의 추억 또는 감정 코드의 통일) 안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도시의 1층에 공짜로 머무를 수 있는 공간을 많이 만드는 게 중요하다"라며 "강남구 같은 경우가 특히 제일 비싼 곳이라면 그곳이야말로 도서관과 벤치가 더 많이 필요한 공간이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 교수는 "사실 우리가 이 시대에 업그레이드를 할 수 있는 그런 기회가 있다"며 "재건축도 있고 여러 가지 다시 한 번 판을 바꾸면서. 그건 생각을 하면서 디자인을 해야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사실 건축디자인이라는 것은 관계를 디자인하는 것"이라며 "사람들과의 관계, 사람과 자연의 관계. 그렇기 때문에 어떠한 공간이 사람을 더 화목하게 만들 수 있는지, 어떤 공간은 사회 갈등을 더 부추기는지 이런 걸 생각을 해야 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