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물가로 현금가치 상승...안전성 위주 운용하는 노인들
창업가 보상·투자자 엑시트 위해 증시부양 필요성
日정부·중앙은행, 주식 저평가 해소 노력
"자본시장 야수성 회복 통해 고령화 대비 중요"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제공
이상건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장은 21일 '왜 일본은 주가를 올리려 하나?' 제목의 뉴스레터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최근 일본 시장이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2020년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일본의 5대 종합상사 주식을 매입한 데 이어 최근 이들 주식을 추가로 매입하면서 화제가 됐다. 일본의 경기회복 가능성과 엔저도 증시 호황에 기여했다.
이 센터장은 "잃어버린 30년동안 일본은 투자자들로부터 외면받았지만 인구구조 변화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은 일본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았다"며 "일본은 세계 최초로 초고령 사회에 진입한 나라로 국민 5명 중 1명이 65세 이상인 최초의 국가였다. 이제 우리가 그 길을 따라가고 있으니 일본의 고령화 경험은 살아 있는 인류학 교과서 역할을 한다는 게 이들의 생각"이라고 분석했다.
디플레이션과 고령화의 영향으로 일본의 가계 금융자산은 주로 예금이었다. 이 센터장은 "물가가 하락해 현금의 가치가 올랐기 때문에 개인 입장에선 합리적인 선택일 수 있다"며 "고령화도 관련있다. 노인들이 가계 금융자산의 60% 이상을 갖고 있다 보니 안전성 위주로 자산을 운용하면서 자본시장의 활력이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증시 침체는 사회 전반의 활력을 떨어뜨린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 센터장은 "증시 침체는 단순히 주가하락만을 의미하는 게 아니다. 원대한 야심을 갖고 기업을 창업한 젊은이들은 증시 상장을 통해 보상받아야 한다"며 "투자자들도 상장하지 않으면 투자금을 회수하기 곤란하다. 증시 침체는 창업에서 상장까지의 기업 생태계 형성에 부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봤다.
일본 정부가 증시 회복을 위한 특단의 조치를 내린 이유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자산소득 2배 증가'를 정책으로 제시했다. 지난 정부에서도 2014년 '스튜어드십 코드(수탁자책임원칙)'를 도입했고 이듬해 '기업 거버넌스 코드'를 제정했다.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노력 차원이다.
이 센터장은 "일본은행(BOJ)은 일본 국민연금에 이어 일본 증시의 2대 주주로, 중앙은행이 직접 사들이는 전무후무한 정책을 펼쳤다"며 "도쿄증권거래소는 도쿄 증시에 상장된 3300개 기업에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를 밑도는 경우 주가부양 대책을 공시하고 실행하라는 공문을 보냈다. 주식 저평가를 해소하고 가계자산의 수익을 끌어올리겠다는 강력한 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고령화를 대비하는 길은 여러 가지가 있다. 복지도 필요하고, 교육도 필요하고, 일자리도 필요하다"며 "여러 대안 중 과소평가 받는 게 '자본시장의 야수성을 회복하는 것'이다. 고령화와 디플레이션으로 긴 고통의 터널 속에서 보내야 했던 일본이 자본시장을 살리기 위해 극단적일 정도의 정책을 내놓은 이유를 한 번쯤 고민해야 할 때"라고 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