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클립아트코리아)
해외 주요국 사례를 통해 국고보조사업에 대한 지방비 부담 협의 및 지방재정부담심의위원회(이하 심의위) 심의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도출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한재명 한국지방세연구원 지방재정연구실 연구위원은 21일 '국내외 지방비 부담 협의 및 심의 관련 제도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2000년대 중반 이후 저출산·고령화 심화에 대응해 기초연금, 영유아보육사업 등 중앙정부 주도로 대규모 복지사업이 확대되면서 지방의 지방비 부담이 급증했다. 또 향후 10년 이내 저출산 지속 및 고령화 가속으로 복지수요가 급증할 전망이다.
그런데 보고서는 "기초연금, 영유아보육사업 등 대규모 복지사업이 과거 SOC 사업 중심으로 마련된 경직된 보조금법의 규율을 받아 추진되면서, 지방의 지방비 부담을 급증시킨 측면이 있다"며, "이 같은 지방비 부담 급증으로 일부 자치단체에서는 주민복리 및 지역발전을 위한 자체사업 추진이 위축되는 문제가 초래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한 연구위원은 "문제의 해결을 위해 우리나라는 지방의 부담을 수반하는 국고보조에 대해 지방비 부담 협의 제도와 심의위를 운용하고 있으나 그 역할이 제한적"이라며, "해외 주요국 사례 검토에 기반해 국고보조사업에 대한 지방비 부담 협의 및 심의위 심의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는 시사점 도출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 우리나라 지방비 부담 협의 및 심의 관련 제도 현황
우리나라는 지방비 부담을 수반하는 국고보조사업을 대상으로 지방비 부담 협의 제도와 심의기구로서 심의위를 두고 있다.
'지방비 부담 협의'는 각 부처가 행안부에 지방비 부담을 수반하는 국고보조사업에 대해 협의를 요청하고, 행안부에서 사업별 검토를 거쳐 중점협의대상을 선정하며 이에 대한 의견 통보 및 수렴의 과정을 거쳐 이뤄진다.
그러나 보고서는 지방비 부담 협의 사업 수가 2017년 901건에서 2021년 1820건으로 2배 이상 증가할 정도로 해마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반면, 실질적 협의를 위한 사전준비 부족, 지방재정영향평가 대상의 제약, 지방재정영향평가 결과에 대한 심층분석 결여 등의 미흡한 부분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심의위는 지방의 재정부담에 관한 사항 중 주요 안건을 심의한다. 행안부는 지방비 부담 협의 과정에서 수집된 중점협의대상에 대한 부처와 자치단체 의견을 검토해 심의위 상정 사업을 선정하고 동 위원회 실무위원회 및 본위원회를 통해 적정성 심의를 실시한다.
그러나, 보고서는 심의위에도 지방 참여 보장 수준 미흡, 의결 사항의 환류 부족, 광역과 기초 간 재원분담 비율 조정에 관한 논의 미흡 등의 문제점이 존재한다고 진단했다.
■ 지방비 부담 협의 및 심의 관련 해외 제도 현황
보고서는 현재 지방비 부담 협의 및 심의 관련 제도의 미비점을 보완하기 위해 몇 가지 해외 제도들을 소개했다. 미국의 재정지원 없는 위임명령 개혁법(UMRA), 독일의 연방상원 제도, 일본의 의견제출제도, 영국의 새로운 부담 원칙 등 4가지 제도를 언급했다.
먼저, 미국의 재정지원 없는 위임명령 개혁법(URMA) 사례는 우리나라 지방재정영향평가제도와 유사한 제도로 평가받지만 서로 상이한 측면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UMRA는 미국 의회예산처(CBO)가 제출된 법안에 대해 위임명령의 포함 여부와 기준액 이상 비용 발생 여부에 대한 정보를 담은 '위임명령 보고서'를 의회 수권위원회에 제출하게 한다.
이와 다르게 우리나라 지방재정영향평가제도는 각 중앙관서가 일정 규모 이상의 지방재정 부담이 예상되는 신규사업에 한해 자체적으로 지방재정영향평가를 시행하고, 그 결과를 담은 지방재정 영향평가서를 행안부에 제출하게 하고 있다.
보고서는 "지방재정영향평가 시행주체를 중앙관서에서 제3의 지방재정 전문기관으로 단일화 하거나, 지방재정영향평가서에 대한 심층평가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조언했다.
독일의 경우, 연방주 대표들로 구성된 연방상원이 연방보조금 및 재원분담에 대한 사항을 규정한 연방 법률안에 대해 심의·조정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경우, 독일 연방상원 제도와 같은 기관을 설치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심의위의 기능을 강화하거나, '중앙지방협력회의'의 역할 강화를 통해 연방상원과 유사한 효과를 달성할 수도 있다.
이에 보고서는 "심의위의 구성에 있어 당사자인 지방자치단체 관계자의 비중을 늘리거나, 심의 결과의 예산편성 환류 기능을 강화하는 등의 조치를 생각해 볼 수 있다"고 제안했다.
중앙지방협력회의와 관련해서는 "협력회의 운영 결과에 기반해 가급적 심의결과 이행이 어려운 특별한 사유 유형을 제약함으로써 심의결과 이행의 구속력을 강화하는 방향의 개선이 요구된다"고 평가했다. 또한 "심의위와 중앙지방협력회의의 역할이 서로 겹치지 않도록 기능 재정비 및 연계 방안 마련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 밖에, 일본의 '의견제출제도'를 참고해, 지방자치단체장 및 지방의회의장이 제출한 의견에 대해 같은 심의위원회 또는 관계 부처의 성실한 답변 의무를 부여함으로써 의견제출권 행사의 실효성을 높이거나, 지방세 인상을 수반하지 않은 채 필수 사업의 수행을 위해 중앙정부가 '충분히, 적정 수준에서, 적시에' 지방정부를 지원하게 하는 영국의 영국의 '새로운 부담 원칙'도 참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