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 운용 목적인데 장기 CP 운용 '미스매칭'
금리상승기 리스크 관리 소홀...타고객 계좌 활용해 손실보전
"채권형 랩‧신탁 불건전 영업관행 근절할 것"
◆…일부 증권사는 고객의 랩‧신탁 자산을 다른 고객 계좌 또는 증권사 고유자산에 고가 매도하는 방식으로 손실을 보전했다. [금감원 제공]
이는 지난해 하반기 자금시장 경색으로 채권형 랩‧신탁 가입 고객들의 대규모 환매 요청이 발생하자, 일부 증권사들이 고객의 투자손실을 보전해줬다는 의혹이 제기됨에 따른 조치다.
금감원은 하나증권과 KB증권, 교보증권에 대한 현장검사를 마쳤고 현재 다른 증권사로 검사 대상을 확대하고 있다.
채권형 랩‧신탁 가입 고객은 단기 여유자금을 운용하기 위해 가입하며 계약기간은 통상 3~6개월이다.
일부 증권사는 법인 거액자금을 유치하고자 지나치게 높은 수익률을 경쟁적으로 제시해왔다. 수익률 달성을 위해 만기가 장기(1~3년 이상)이거나 유동성이 매우 낮은 기업어음(CP)을 편입‧운용하는 '미스매칭'을 저질렀다.
특별한 운용전략 없이 유동성이 낮고 만기가 긴 자산을 지속 보유하다가 계약 만기시점에는 다른 계좌에 장부가로 매각하는 방법으로 환매자금을 마련하기도 했다.
일부 증권사는 시장상황 변동으로 고객자산에 손실이 발생해 만기 시 목표 수익률 달성이 어려워지자 다른 고객 계좌 또는 증권사 고유자금으로 고가 매도한 사례도 적발됐다.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5월중 수조원 규모의 채권형 랩‧신탁 환매대금을 지급하는 과정에서 고유자산에 수백억원 규모의 평가손실이 발생한 곳도 있었다.
금감원은 "고유자산을 활용해 손실을 보전한 행위는 투자자 자기책임원칙의 근간을 훼손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일부 증권사는 법인 고액투자자를 위해 실적배당상품인 랩‧신탁을 사실상 확정금리형 상품처럼 운영했고, 고객 역시 시장 상황에 따른 투자손실마저 감수하지 않으려는 잘못된 관행이 형성됐다.
만기불일치 운용으로 리스크 관리를 소홀히 한 점도 지적됐다. 이는 시장경색 상황에서도 만기불일치를 수시로 모니터링하는 등 고객자산에 대한 리스크를 관리해 환매대응 이슈가 발생하지 않은 다른 증권사와 대비되는 모습이다.
또 일부 증권사는 규제 회피 목적의 교체거래에 대한 모니터링이나 이상 거래가격 통제 등을 하지 않았고, 적법성에 대한 충분한 검토 및 승인절차 없이 고유재산을 활용해 일부 고객에 대한 손실보전행위를 하는 등 준법감시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금감원은 이번 점검 결과 확인된 위법 사항에 대해 엄정 조치해 더 이상 잘못된 관행이 지속되지 않도록 시장 질서를 바로잡겠다고 밝혔다.
금감원 관계자는 "점검을 완료한 증권사 외에도 위법 개연성이 높은 증권사를 추가 선정해 업무의 적정성을 면밀히 점검하겠다"며 "고객자산 운용 관련 리스크 관리 및 준법감시 체계가 미흡한 증권사에 대해서는 내부통제기능을 높여 올바른 업무관행이 정착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