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 국가보훈부 장관, ‘6개월 단명 장관’ 될까?

취임 1달 차를 맞은 박민식 초대 국가보훈부 장관이 지난 인사청문회에 이어 또다시 '차기 총선 출마 여부' 질문에 대한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박 장관이 차기 총선에 출마하게 된다면 초대 국가보훈부 장관이 '6개월 단명 장관'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은 4일 오전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와의 인터뷰에서 진행자로부터 '차기 총선에 출마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받고 "지금은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바로세우기 위해 모든 여력을 국가보훈부에 쓸 시간 밖에 없다"며 논점을 피해갔다.

진행자가 '총선 출마 기회가 오더라도 출마하지 않겠다는 말인가'라고 묻자, 박 장관은 "내 의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고 본다. 나를 응원하는 국민들의 니즈(필요)에 따르는 게 정치인의, 또 공직자의 운명이라고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진행자가 '지역구민이나 국민들이 원한다면 총선 출마를 할 수 있다는 취지인가'라고 재차 묻자, 박 장관은 "그런 필요를 느끼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때 생각을 해볼 수 있지 않겠느냐"라며 "그건 공직이든 정치든 다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밝혔다.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은 지난 5월 22일 국회에서 열린 장관 인사청문회 과정에서도 야당 의원으로부터 '차기 총선 출마'에 대한 질문을 수차례 받았지만, '총선 불출마'를 명확하게 답변하지 못한 바 있다.

박 장관(당시 장관 후보자)은 이날 더불어민주당 윤영덕 의원으로부터 "내년 총선에 출마할 계획인가"라는 질문을 받고 "상투적으로 드릴 말씀이 아니다. 저는 지난 1년 동안 오로지 국가보훈만 생각해 왔다"라며 즉답을 피했다.

윤영덕 의원이 "초대 국가보훈부의 사명감이 막중한데 차기 총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총선 출마할 것인가 안 할 것인가"라고 재차 묻자, 박 장관은 "그런 정치적인 것은 생각해 볼 겨를이 없었다. 보훈부가 제대로 정착될 수 있도록 분골쇄신할 것을 다짐한다"고 에둘러 답변했다.

그러자 윤 의원은 박 장관이 지난 2008년 제18대 국회의원 선거 때부터 매번 총선에 출마했다는 사실을 짚으며 "박 장관의 지난 언행들을 보면 정치인으로서 의지·욕망이 강한 듯한데, 박 장관이 내년 총선에 출마한다면 6개월 남짓밖에 국가보훈부 장관직을 수행할 수 없다"라며 "총선 출마 여부에 대해 입장을 단호히 밝히라. 총선 출마 가능성이 있는가"라고 다시금 질문을 던졌다.

이에 박 장관은 "국가보훈처가 보훈부로 막 승격되는 단계다"라며 "제가 100% 여력을 쏟아부어도 모자랄 판인 만큼 정치적 부분에 대해서는 생각할 겨를이 없다"며 '총선 불출마'에 대해서 명확히 답하지 못했다.

윤 의원은 "혹여나 총선 출마 가능성이 1%라도 있다면 후보자 스스로 장관직에서 사퇴해야 할 것"이라고 날을 세우자, 박 장관은 "보훈부가 제대로 정착될 수 있도록 열과 성을 다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자세를 낮췄다.

현행 공직선거법은 공무원 등 공적 신분을 가진 사람이 선거에 출마하거나 선거운동을 하려면 선거일 90일 전까지 물러나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기에, 오는 2024년 4월 10일에 실시될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하고자 하는 공무원은 오는 2024년 1월 11일까지 사퇴해야 한다.

따라서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이 차기 총선에 출마하게 된다면, 윤석열 정부에서 '국가보훈처'를 '국가보훈부'로 전격 승격시켰음에도 불구하고 보훈부 초대 장관이 '6개월 단명 장관'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