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17명 중 1명 투자하는 '100조' ETF시장, 과제는

시장개설 21년만 순자산총액 100조원 돌파

삼성·미래 양강 구도...주식시장 대비 3.9% 규모

거래소, 개인·퇴직연금 시장 노린다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이 출범 21년 만에 순자산총액 100조원을 달성했다. 국민 17명 중 1명이 투자하는 상품으로 자리매김했다. 다만 해외 주요국과 비교하면 여전히 걸음마 수준이고 대형사 쏠림 현상이 심화돼 다양한 상품이 주목받지 못하는 점은 한계로 꼽힌다.

한국거래소는 지난달 29일 ETF시장이 상장종목 수 733종목, 순자산총액 100조원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2002년 4종목, 3552억원으로 첫걸음을 뗀 지 21년 만의 성과다.

펀드를 주식처럼 거래하는 ETF는 시장 개설 초기 투자자에게 익숙하지 않은 상품이었다. 작년 말에는 국민 17명 중 1명이 ETF 투자자가 됐다. 분산투자와 낮은 비용, 거래 편의성이 ETF의 장점으로 꼽힌다.

2009년 자본시장법이 시행되기 전에는 코스피200 등 시장대표지수 추종 상품 위주였지만 법 시행 이후 주식 외 자산으로 투자대상이 확대됐다. 합성, 레버리지·인버스, 채권형 액티브 ETF 등 다양한 상품이 인기를 끌었다.

공모펀드 시장 중 ETF 시장의 비중은 2004년 1%에 불과했지만 지난달 46.2%까지 늘었다. 오히려 공모펀드가 위축되고 ETF가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올 정도다.
  4개 운용사로 출발해 23개 운용사가 경쟁하는 시장이 됐지만 대형사 쏠림 현상이 심화됐다. 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순자산가치총액 비중은 각각 40.80%, 36.25%로 총 77.05% 수준이다. 일평균거래대금의 경우 삼성 57.67%, 미래에셋 18.45%, KB 15.18%로 세곳의 점유율을 합치면 91.3%에 달한다.

주식시장 대비 ETF 시장 규모는 3.9%로 글로벌 평균(10% 내외) 대비 여전히 작다. 영국(20.4%), 독일(16.6%), 미국(13.3%), 캐나다(9.3%), 일본(8.5%) 등과 비교해보면 걸음마 수준인 것이다.

거래소는 기초자산 다양화와 액티브 ETF 운용자율성 확대, 개인·퇴직연금 향(向) 투자수요 확대 등을 통해 ETF 시장의 발전을 꾀할 방침이다.

2025년 과세체계 개편으로 국내상장 해외형 ETF의 투자환경이 개선되는 만큼 해외 ETF에 대한 투자수요를 흡수하겠다는 포부다. 개인·퇴직연금 시장의 성장에 맞춰 관련 상품 개발에도 힘쓸 계획이다.

오광영 신영증권 연구원은 "올해 상반기에는 투자심리 회복, 특히 연준의 긴축 통화정책 기조 변화 기대감으로 채권형 또는 채권 액티브형 ETF로 자금이 대거 유입됐다"며 "하반기에도 다양한 ETF가 소개되며 시장이 지속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거래소에서 검토 의견을 밝힌 다양한 ETF 제도적 지원이 가시화된다면 성장 속도는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