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금리차 '2.0%p' 역대 최대...한은, 금리 인상 고민 깊어질까

한은, 5월 이후 '동결' 고수... 미 연준, 동결 이어 '베이비 스텝’ 단행

파월, 금리 인하 언급 없었지만 시장은 '인상 종결' 해석 나와

추경호 "금리차 확대, 불확실성 높아질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는 있어“ 

증권가 "美 연준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 낮아" "인하 시기 늦춰질 수도" 진단 내놔

한은, 경기회복 불투명-부동산 PF 발 금융위기 가능성-가계부채 증가' 등 고민거리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27일 새벽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고 '베이비 스텝(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을 단행했다. 이번 인상으로 연준 금리는 5.25~5.50%가 됐다. 상단에서 한국은행 기준금리(3.50%)를 2.0%포인트 앞서게 됐다.

한미 금리차 2.0%포인트는 '역대 최대' 수준이다. 지난 5월초 미 연준이 금리를 0.25%포인트 올리면서 그 격차가 최초로 1.75%포인트로 벌어졌지만, 한은이 이후 2번의 금리 동결을 단행하면서 이제 차이가 2.0%포인트로 확대됐다.

이 같이 확대된 한미 금리 격차에도 불구하고 내달 열리는 한은 금통위에서는 연 3.50%인 기준금리가 동결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미 2월부터 7월까지 4연속 동결한 만큼 인상에 나설 가능성은 낮다는 판단이다.

반면 한미 금리차 2%포인트는 이전까지는 경험해 보지 못한 수준으로, 향후 환율 및 외국인 자금 유출에 대한 적신호가 켜졌고, 4차례 금리 동결 결과 최근 가계대출 마저 다시 빠르게 늘면서 한은이 금리 추가 인상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한은으로서는 불확실한 경제상황이 지속되면서 전(全)산업 업황BSI(기업경기실사지수)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어 하반기 경기 회복이 불투명한데다 지난해부터 우려해왔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발 금융위기 가능성까지 여전히 남아있는 상황에서 금리 인상이란 카드를 꺼내들기 어려운 상황이다.

27일 한은이 발표한 '2023년 7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및 경제심리지수(ESI)'에 의하면 7월 업황BSI는 제조업 72, 비제조업 76으로 전월대비 모두 1p씩 내렸다. 그만큼 기업의 체감경기가 좋지 않다는 의미다.

이달 조사는 지난 12일부터 19일까지 3천255개 법인기업을 대상으로 진행됐고, 이 가운데 2천702개 기업(제조업 1천606개·비제조업 1천96개)이 설문에 답했다

한은은 지난달(6월) 무역수지가 16개월 만에 흑자로 돌아선 것이 순수한 수출 증가라기보다는 유가 하락에 따른 에너지 수입액이 크게 줄어든 데 따른 결과라는 점을 간과하기 어렵다는 판단으로 보인다.

지난 17일 관세청이 발표한 '6월 수출입 현황(확정치)'에 따르면, 무역수지는 11억26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수출액은 542억30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6.0%, 수입액은 11.7%가 감소한 531억500만달러였다. 관련해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난 미 연준의 정책금리 인상 발표 직후 이창용 한은 총재 및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등 금융당국 수장과 함께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를 주재한 자리에거 "최근 우리 금융시장은 전반적으로 안정된 모습"이라며 "주식·채권 시장은 견조한 투자수요가 지속되고 있고, 단기자금시장 금리도 대체로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그러면서 "내외(한미) 금리차가 2.0%포인트까지 확대돼 불확실성이 다소 높아질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가 있으나 자본유출입과 환율 변동의 경우 내외 금리 차뿐만 아니라 국내 경제·금융 상황, 글로벌 경제·금융 여건 등에 복합적으로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최근 상황을 보더라도 내외 금리차 확대 전망에도 불구하고 외국인 투자자금은 올 들어 22조원 이상 순유입이 지속되고 있다"며 "환율도 주요국 통화가치 흐름 등을 반영해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고 외화자금시장도 양호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나아가 "대내외 경제·금융 불확실성이 상존하고 있는 만큼 정부와 한국은행은 긴밀한 공조를 통해 주요 리스크 요인에 대한 모니터링을 한층 강화할 것"이라면서 "필요시 상황별 대응계획에 따라 시장 안정 조치를 신속히 시행할 것"이라고 거듭 금융시장 안정을 강조했다.

한편 이번 미 연준의 정책금리 0.25%포인트 인상은 시장에서 기정사실화하고 있었던 만큼 연준 발표이후 글로벌 금융시장은 대체로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다만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금리가 제약적 수준에 근접했다. 향후 추가 정책 강화 정도는 경제, 금융 상황을 고려해 결정하겠다"는 기자회견 발언에 주목했다.

파월 의장은 기존 입장과는 달리 "아직 인플레 압력이 높은 수준임을 고려해 연내 추가 금리 인상도 배제하지 않는다"고 말해 시장은 향후 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하지만 현재 시장에서는 이번 인상이 마지막일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우세한 모습이다.

하나증권 전규원 선임연구원은 이날 보고서를 통해 "파월 연준 의장은 9월 금리 인상에 대한 힌트를 제공하지 않으면서 최대한 중립적인 스탠스를 유지하려고 했다"며 "9월회의 전까지 두 번의 고용보고서와 물가, 그리고 다양한 경제활동 지표들을 살펴본 후 결정을 내릴 것이라며 지난 6월회의 때와 동일한 입장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특히 물가 안정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견지했다. 6월 CPI 호조는 한 달에 불과하다며 불확실성을 경계했다"면서도 "다만 실질 기준금리가 유의미하게 플러스(+)권에 있어 기준금리는 이미 경기를 제약하는 국면이며, 최종 금리 수준에 도달해가고 있기 때문에 긴축 속도 조절을 이어갈 것임을 분명히 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한편 금리 인하에 대해서는 다소 비둘기파적인 면모를 보였다"며 "과거 사이클에 비추어 볼 때 고강도 긴축 이후 서비스업 고용은 점차 줄어들 공산이 크며, 이번 금리 인상 사이클은 종착지에 근접해 있다는 판단"이라고 덧붙였다.

물가 안정에 대한 확신이 생긴다면 제약적인 금리 수준에 있을 필요가 없기 때문에 중립 혹은 중립 이하의 금리 수준으로 내릴 수 있다며 물가가 2%에 도달하기 전에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임을 시사했다는 분석이다.

하건형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연준의 금번 금리 인상이 마지막일 가능성이 높다. 당사는 3분기 말에서 4분기 초 초과 저축 소진 속에 경기 하강 압력 심화를 반영해 내년 1분기말 금리 인하를 예상하고 있다"면서도 "다만 최근 경기 인식이 긍정적으로 변화되는 만큼 기존보다 금리 인하 시점이 연기될 가능성도 열어둬야 한다"고 예상했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금리 인상 결정은 만장일치였으나 성명서나 연준의장 발언은 시장 예상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며 "9월 FOMC에서 물가 둔화 흐름과 고금리에 따른 수요 우려 등에 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보고 있지만 이전까지는 연준의 통화 긴축 불확실성이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