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세제개편으로 세수 5년간 3조 줄듯
尹정부 출범 이후론 감세 규모 89조
시민단체 "부자감세다" 수정 요구해
야권도 비판…국회 통과될지 불투명
정부의 세법개정안에 따라 향후 5년(2024~2028년)간 약 3조원(누적법)의 세수가 줄어들게 된다. 작년 대기업·다주택자를 겨냥한 감세 조치에 이어, 올해 초 반도체 등에 대한 세액공제 확대에 따라 세수 감소는 5년간 89조원에 달한다는 분석도 있다. 재정의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한 세입기반을 늘리는 조치(증세 등)는 없어, 재정 불안의 위험성은 높아지고 있다.
◆…정치권을 비롯해 시민단체에서 정부의 세법개정안을 두고 '쓴 소리'를 냈다. 사진은 지난 27일 윤석열 대통령이 부산 중구 자갈치시장을 찾아 수산물 시장 상황을 점검하며 상인들을 격려하고 있는 모습.(사진 연합뉴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28일 내놓은 논평에서 "윤석열정부의 세법개정안은 지난해부터 계속되어 온 재벌대기업, 대자산가, 고소득자에 대한 부자감세의 연장선에 불과하다"며 "올해 상반기까지 40조원 가량 세수가 감소하고, 하반기 경제성장도 담보할 수 없는 현재의 경제상황을 봐도 대단히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우선 증여세 공제금액을 인상한 부분을 문제 삼았다. 정부의 세법개정안은 결혼 때 부모로부터 받는 증여재산에 대해 1억5000만원(기존 5000만원)까지 증여세를 면제해주는 내용을 담고 있다. 경실련에 따르면 자녀의 결혼자금으로 1억원 이상 증여하는 가구는 가구소득 10% 이내인 월평균 소득 800만원 이상인 가구에 지나지 않는다. 바꿔 말해, 이러한 혜택은 90%의 중산층과 서민에겐 '그림이 떡'이라는 소리다.
경실련은 "지난해에는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등에 관한 규정을 대대적으로 개정해서 부동산을 보유한 자산가에 대한 조세부담을 경감한데 이어, 올해에는 그러한 자산과 소득을 자녀에게 상속 또는 증여하는 단계에서의 조세부담마저 경감하고자 시도하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정의당 장혜영 의원도 평균적인 부모들은 증여세 자체를 낼 일이 없다는 통계치를 냈다. 신한은행의 '2017 보통사람 금융생활 보고서'상 평균 결혼비용 지원액은 6359만원인데, 이를 2021년 물가로 수준에 맞춰 보정한 결과 7217만원이었다. 현행대로라면 이에 대한 증여세는 약 221만원 수준이지만, 평균 5000만원 달하는 혼수비용에 대해 증여세가 부과되지 않기 때문에 평균적인 가정에선 증여세 부담이 없다는 것이다. 장 의원은 "현행 세법으로도 증여세를 내지 않으니 혼인공제를 신설해도 혜택이 있을 리가 없다"고 했다.
반면, 근로자들에겐 '보이지 않는 증세'를 하고 있는 모양새다. 근로소득세 기본공제액 150만원이 15년째 바뀌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근로소득공제 기준금액도 1996년 500만원으로 정해진 이후, 현재까지 그대로다. 경실련은 "2008년 이후 물가와 소득 수준이 큰 폭으로 상승해서 결혼자금증여 공제한도액을 인상해야 한다는 윤석열정부의 논리라면, 당연히 근로소득세의 근로소득공제 기준금액과 기본공제금액 등도 그에 상응하거나 유사한 수준으로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재벌대기업과 대자산가·고소득자 중심의 일방적이고 사회적 합의가 결여된 경제정책과 그에 기초한 감세정책을 폐기해야 한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 연합뉴스)
정부안이 국회에 제출되더라도, 다수 의석을 가진 더불어민주당이 감세에 예민한 반응을 보여 입법화에는 험로가 예상된다.
더불어민주당 박광온 원내대표는 이날 정부의 세법개정안에 대해 "최대 수혜자는 초고소득층과 초대기업이고, 서민과 중산층·취약계층 혜택은 매우 제한적"이라고 지적하면서 전면 재검토해 줄 것을 촉구했다. 이어 "정부는 긴축재정을 유지하면서 여전히 감세를 통한 낙수효과에만 기대고 있다"며 "고금리·고물가에 대응하는 지원방안도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같은 날 장혜영 의원도 "끝없는 부자감세로 국민들은 재앙적인 긴축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며 "결국 올해와 같은 대규모 세수부족이 만성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