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펀드 직상장 통해 시장 활성화 추진
상품 매력 높여야...실효성 확보 위해 세밀한 검토 필요
◆…서울 여의도 일대 증권가 모습
3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12일 자산운용사 20곳 사장단이 금융투자협회에 모여 공모펀드를 한국거래소에 직상장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운용사 대다수가 긍정적인 참여 의사를 밝힌 반면 유동성공급자(LP)로 참여할 증권사는 아직 대형사 몇 곳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모펀드 직상장에 있어 LP 확보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상장 클래스를 신설해 기존 펀드를 거래소에 상장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자본시장법 개정 없이 금융투자협회 및 한국거래소 규정을 일부 개정을 통해 가능한 것으로 전해진다.
서유석 금투협회장은 취임 직후부터 공모펀드 시장 활성화를 강조해왔다. 서 회장은 "공모펀드를 거래소에 직상장하는 건 관련 규정이 마련돼있지 않지만 규제 샌드박스 방식을 통해 가능할 것"이라며 "참여할 금융투자사들이 확정되면 당국과 구체적인 협의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언급했다.
사모펀드와 ETF 시장이 커지면서 공모펀드 시장은 위축됐다. 전체 시장에서 공모펀드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1년 31.4%에서 올해 21.6%로 줄었다.
6월말 공모펀드 순자산은 323조8000억원으로 전년말 대비 14.4% 증가했다. 3반기 연속 감소세에서 벗어나 소폭 반등했으나 시장의 주도권은 ETF에 넘어갔다.
공모펀드 대비 ETF의 장점은 저렴한 수수료와 거래 편의성이다. 사고팔기 쉬운 ETF와 달리 공모펀드는 거래 완료에 소요되는 시간도 길다. 공모펀드 직상장을 통해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굳이' 필요성을 못 느낀다는 회의론도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공모펀드와 유사한 종목을 담은 ETF가 여럿 있지만 투자자들의 선택을 받지 못하는 게 태반"이라며 "공모펀드를 'ETF화'한다고 크게 달라질 건 없을 것 같다"고 밝혔다.
공모펀드 자체의 매력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퇴직연금 자산이 급증하고 연금계좌 세제혜택이 확대되는 등 공모펀드에 우호적인 시장환경이 조성됐음에도 투자자들이 공모펀드를 선택하지 않고 있다. 액티브펀드들이 충분한 초과수익률(알파)을 창출하지 못해 매력적이지 못한 것이다.
공모펀드가 ETF와 맞붙게 되면 수수료 출혈 경쟁이 예상되는 가운데 오히려 공모펀드 수수료를 높여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 운용사 고위 임원은 "운용 수수료를 낮추면 공모펀드의 질이 저하될 수밖에 없다"며 "오히려 수수료를 높여 좋은 상품과 능력 있는 운용역을 확보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재칠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액티브 주식형펀드의 거래 용이성 확보가 중요한 정책적 과제"라며 "공모펀드의 거래소 상장 방안의 경우 이미 상장된 수익증권들이 저조한 거래량, 거래가격과 펀드 순자산총액간의 괴리 등으로 문제가 확인되는 만큼 실효성 확보를 위해 세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