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만 소장 "'철근 누락' 사태, 무량판 공법의 문제가 아닌 사람 문제"
"저렴하게 하도급.. 하도급 업체는 기간 단축 위해 보강 철거 빼먹은 듯"
"보강공사 해도 화재 발생 시, 화학물질 녹아내리면 문제 또 발생"
"민간 건설사, 시공 단계에서 철근 추가 누락.. 실수로 보긴 어려워"
◆…인천 서구 아파트 지하주차장 사고현장 내부전경. (사진=국토교통부)
최근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철근 누락으로 인한 부실 시공 사태로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입주민들이 전면 재시공을 요구해 소송으로 이어지더라도 승소하긴 어려울 것이라는 전문가의 주장이 나왔다. 멀쩡한 아파트를 재시공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김인만 부동산 경제연구소장은 지난 2일 방영된 SBS시사교양라디오 'LH 발주한 무량판 구조 아파트 6곳 중 1곳 철근 누락, 설계 감리 모두 총체적 난국'에 출연해, "차라리 4월에 붕괴된 인천 검단 주차장 붕괴는 전면 재시공이라도 할 수 있어서 낫다. 이번 사태는 하자의 문제라 다르다"라고 밝혔다.
앞서 LH는 자사가 발주한 아파트 중 무량판 구조가 적용된 곳을 전수 조사한 결과, 총 91곳에서 15곳에서 '철근 누락'이 발견됐다고 밝힌 바 있다.
무량판 공법은 보 없이 기둥이 바로 슬래브(천장)를 지지하는 구조이다. 보통은 천장 무게 때문에 기둥이 천장을 뚫고 넘어가는 '펀칭 현상'이 발생할 수 있어, 기둥 보강 철근에 고리를 여러 겹 감아줘야 한다.
김 소장은 이번 사태로 논란이 된 '무량판 공법' 자체의 문제가 아닌 공사를 제대로 하지 않은 사람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번 사태는 보강 철근을 넣지 않아 발생한 문제라는 것이다.
◆…(사진=연합뉴스)
김 소장은 과거 삼풍백화점도 무량판 구조였으나 사고가 발생한 이후 적용을 안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삼풍백화점이 무너져서 안 쓴 거지 굉장히 유명한 방식이다. 안 쓰다가 최근 다시 쓰고 있다. 보가 안 들어가니 원가도 절감되고, 주차장 천장을 높게 할 수 있어서 조금씩 사용하는 추세다"라며, "주차장에 많이 적용하는데 문제는 무량판 구조 자체가 아니라 사람이 문제"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보강철근 집어넣으면 무량판 구조는 아무 문제가 없다. 제대로 하면 되는데 그러지 않아 이 사달이 난 것이다. 저렴하게 하도급을 주니, 하도급 업체에선 기간을 단축해야 한다. 다 돈이니까 빨리 지어야 돼서 보강 철거를 할 시간이 없지 않았을까 생각이 든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원인분석부터 제대로 해야 한다"라고 전했다.
또 "문제가 된 15개 단지 중, 8개 감리가 LH 전관이 들어갔다고 한다. 지금 LH 사장도 인정한 상황이고, LH 퇴직자 중 차장급 이상 퇴직자 604명 중 304명(54.34%)가 LH가 발주한 업체로 가는 '자리 보장'이 이뤄졌다"라며, "카르텔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김 소장은 기술적으로 보강 공사가 가능하지만 문제가 또 발생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는 "흙을 다 걷어내고 보강 철근하고 화학물질을 넣어서 보강할 수 있는데, 문제는 화재가 발생했을 때 화학물질이 녹아내릴 수 있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또, "부수고 다시 지어달라고 할 수 있지만 결론적으로, 불가능하다. 하자가 있다고 해서 재시공하는 건 말이 안 된다. 차라리 4월에 붕괴된 아파트는 붕괴가 돼서 전면 재시공이라도 하는데, 이 건은 하자의 문제라 결국 소송으로 가야 한다"라고 했다. 이어, "소송으로 가도 판사들이 전면 재시공을 하라고 판결 못할 거다. 멀쩡한 아파트를 재시공하는 건 힘들다"라고 내다봤다.
한편, 김 소장은 LH가 설계 단계에서 철근을 뺐다고 하더라도 시공 단계에서 민간 건설사가 저지했어야 했는데 오히려 악화시켰다고 지적했다. 그는 "인천 같은 경우는 오히려 철근을 더 빼버렸다. 시공사에서도 빼버렸기 때문에 실수로 보긴 어려울 것 같다"라며, "오히려 실수라고 하는 게 더 무섭다. 원가 절감을 위해 작정하고 뺀 거면 그렇게 안 하면 되는데, 실수라고 하면 계속 발생한다는 얘기다"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