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받겠습니다"… "ㅎㅎㅎ"
◆…'윤석열차와 벌거벗은 임금님' [그래픽=조세일보 서윤영]
대통령실에서 인사 관련 브리핑이 있었다. 대법원장으로 이균용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를 내정했다는 소식을 전하는 김대기 대통령실 비서실장의 브리핑 후 진행을 맡은 비서관의 '인사 관련해서 질문 받겠습니다'라는 한마디에 브리핑 룸은 고요에 휩싸였다.
"인사관련, 질문만 받겠다는 것인가?", "아니면 다른 질문을 하면 답변을 안하겠다는 것인가?"
"그렇다 하더라도 기자들이 거기에 얽매일 필요가 있을까? 나는 왜 선뜻 질문을 못했을까?"
여러가지 생각이 교차하는 순간, "질문이 없으면 브리핑을 마치겠습니다"라는 비서관의 말과 함께 대통령실 관계자의 환하게 웃는 모습이 얼핏 시야에 들어왔다.
우스워 죽겠다는 듯 이를 드러내며 활짝 웃는 그 사람은 일찍이 브리핑을 통해 논란을 낳았던 당사자이기도 했다. 브리핑룸을 나오면서도 연신 웃는 모습을 감추지 않는 그모습이 매우 당황스러운 순간이었음을 고백해 둔다.
이런 상황은 여러 생각을 낳았다.
"질문을 제한하는 게 맞는 것일까? 그렇다하더라도 (기자들이) 질문에 속박되는 혹은 구속되는 게 맞는 것일까? 나는 왜 순간 질문을 못했을까?"
자괴감마저 드는 브리핑이 끝나고, 다시 다음 브리핑(오후 브리핑)을 맞이했을땐 그나마 몇가지 질문이 오고갔지만, 현안이 되고 있는 '이동관 방통위원장 후보자'에 대한 문제도,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에 대한 질문도, '해병대 고 채수근 상병 사망수사'건에 대한 질문도 나오지 않았다.
대통령실에서 진행되는 질문에서 가장 큰 국정 현안이 다뤄지지 않고, 그 질문을 사전에 차단하는 대통령실과 그 질문을 차단당하는 것에 익숙한(?) 기자들에게 국민들 일각에서 제기하는 기레기(?)라는 자조섞인 표현에 대해 불편함을 느끼고 있던 나는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소 많은 기자들이 대통령실의 문제점에 대해 많은 문제의식을 갖고, 여러 통로를 통해 전달하고 있다는 사실을 첨언해 둔다.
더 많은 기회에 더 많은 접촉면을 갖고 독자 여러분들을 만날 수 있게 되기를~...
그리하여 우리에게 너무나 잘 알려진 동화 '벌거벗은 임금님'처럼, 'Kejserens nye Klæder(황제의 새로운 옷)'이라는 동화를 웃으면서 들려줄 수 있는 날이 오게 되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