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당, 농업 관련자 등 주요 유권자들 집결 원해"
"우크라 밀 수입 600배 증가"…집권당, 극우당 비판 직면
"곡물 문제 해결되더라고 양국 균열 지속될 것"
◆…지난 2월 키이우를 방문한 마테우스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 로이터>
최근 폴란드, 헝가리, 슬로바키아 3국 간이 우크라이나산 곡물 금수 조치를 자체적으로 연장하고 우크라이나가 이를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면서 유럽 동맹국 간 분열 조짐이 보이고 있다.
특히 폴란드가 우크라이나 대사를 소환하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밝히면서 양국 간 관계가 틀어지고 있다.
21일(현지시간) 폴란드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유엔 총회 연설에서 곡물 금수 조치와 관련해 "러시아를 위한 무대를 마련했다"고 비판한 발언에 대해 바르샤바 주재 우크라이나 대사를 초치해 항의했다.
같은 날 마테우스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는 기자회견을 통해 우크라이나를 계속 지원할 것이냐는 질문에 "우리는 더 이상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이전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그는 "우리는 더 현대적인 무기로 폴란드를 무장시키고 있다"며 이에 대한 이유를 밝혔지만 사실상 양국 간 갈등이 격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전쟁 초반부터 우크라이나를 적극 지원해 왔던 폴란드의 태세 전환이 내부 정치적 요인에 따른 것이라고 보고 있다.
영국 더 가디언은 이 같은 상황이 곡물 수입 조치를 둘러싼 양국 간 갈등보다 폴란드 내부 정치와 더 관련이 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곡물 문제가 해결되더라도 양국의 균열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비셰그라드인사이트저널의 보이치에흐 프지빌스키 편집장은 신문에 "이는 선거에 관한 것이며 동기는 매우 분명하다"며 "(집권당은) 우크라이나의 곡물 유입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본 폴란드 동부 농업 관련자들을 포함해 주요 유권자들을 결집시키기를 원한다"고 분석했다.
폴란드 집권당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줄이고 폴란드 내부 문제에 집중할 것을 주장하는 극우 정당의 비판에 직면해 있다.
프지빌스키 편집장은 집권당이 지난 5월부터 민족주의자들과 반우크라이나 성향 유권자들의 지지를 구하는 등 기존과 다른 행보의 조짐을 보여왔다고 설명했다.
폴란드 국제문제연구소의 우크라이나 선임 연구원인 다니엘 셀리고프스키는 폴란드 내 선거가 다가오고 있는 상황에서 이는 필연적으로 정치적인 문제이기도 하지만 사실상 근본적인 경제적 우려에서 시작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올해 첫 4개월 동안 우크라이나산 밀 수입이 600배 증가함에 따라 폴란드 농업은 불안정해졌고 정부가 개입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프지빌스키 편집장은 "향후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는 선거 결과에 달렸다"면서도 "집권한 사람이 누구이든 양국 관계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봤다.
이로써 우크라이나는 든든한 우방국을 잃을 상황에 처했다. 폴란드는 러시아 침공 첫 주에만 200만명의 난민을 받아들였다. 당시 수백만 명의 폴란드인이 난민을 위한 주택 지원 및 기타 자원봉사에 참여했다.
셀리고프스키 연구원은 폴란드가 다른 어떤 나라보다 우크라이나에 상대적으로 더 많은 지원을 했다고 말했다. GDP에 맞춰 수치를 조정했을 때 독일과 미국에 비해 각각 4배, 10배 더 큰 규모의 지원을 보냈다는 것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로였던 흑해 항로가 막히면서 EU는 아프리카, 중동 등으로 수출되는 우크라이나산 곡물을 폴란드, 헝가리 등의 육로와 수로를 이용하도록 지원했다.
하지만 이로 인해 동유럽 국가로 유입되는 우크라이나산 곡물이 늘어나며 일부 국가는 자국에 유입되는 우크라이나산 곡물이 가격을 폭락시키는 등 시장 생태계를 흐리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EU는 지난 5월 폴란드, 헝가리, 슬로바키아, 불가리아, 루마니아 등 5개국에 대한 우크라이나 농산물의 직접 수입을 일시적으로 금지하고 경유만 가능하도록 조치했으며 해당 조치는 지난 15일에 만료된 상황이다.
하지만 폴란드, 헝가리, 슬로바키아가 이를 자체적으로 연장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우크라이나 측이 이를 WTO에 제소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