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km 달하는 하마스의 "거미줄" 터널 네트워크
지하 터널 곳곳 부비트랩·인질…"수중에서 싸우는 것과 비슷"
"대규모 공격에도 하마스 지도력 온전"…터널 피해 없어
"터널에서 마주칠 것은 이슬람단체들의 모든 경험과 지식"
이스라엘, '스펀지 폭탄' 시험 중…거품 굳으며 통로막는 방식
◆…하마스의 가자지구-이스라엘 국경 간 공격 터널 <사진 로이터>
다만 가자지구 아래 약 500km에 달하는 악명 높은 지하 터널이 기다리고 있는 만큼 이번 전투는 시가전이 아닌 땅굴 속 하마스를 소탕하는 지하 전쟁이 될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가자지구 아래 이스라엘군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그 길이가 약 500km, 깊이가 50m에 달하는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터널 네트워크다.
하마스 지도자 예히야 알신와르는 지난 2021년 이스라엘과의 무력 충돌 후 "그들은 하마스 터널 100km를 파괴했다고 말했다. 가자지구에 있는 터널은 500km를 초과한다. 그들이 파괴한 것은 터널의 20%"라고 밝힌 바 있다.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26일(현지시간) "터널의 길이가 몇 킬로미터인지 자세히 설명하지 않겠지만 학교와 주거지역 아래 건설된 터널의 숫자가 매우 많다"고 말했다.
그간 이스라엘군이 '아이언 벽'이라고 불리는 센서가 장착된 장벽 설치를 포함해 지하 터널 탐지에 막대한 투자를 했음에도 하마스는 여전히 각종 공격에서 이를 외부로 연결되는 지하 터널을 사용하고 있다.
로이터는 서방 및 중동 소식통을 인용해 하마스가 360km의 해안지구와 그 국경 아래 공격, 밀수, 보관, 작전 굴을 포함해 다양한 종류의 터널을 운영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마스에서 풀려난 한 인질은 이를 "거미줄 터널"이라고 묘사했으며 또 다른 전문가는 이를 미로 같은 숲으로 미군을 수렁에 빠트렸던 베트남전에 비유하며 "베트콩의 10배"라고 경고했다.
하마스의 전략은 군사 방면에서 압도적으로 우월한 이스라엘 군과의 전투를 하마스 전투원들이 잘 파악하고 있는 비좁은 지하터널로 가져오려는 것이다.
터널 곳곳에는 수많은 부비트랩과 함께 200여 명의 인질이 붙잡혀 있음에 따라 이스라엘군에게 쉽지 않은 전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암논 소프린 전 전투정보군 사령관은 "부비트랩이 많이 있을 것"이라며 "2021년에는 없었던 열 압력 무기를 예상하면 더욱 치명적"이라고 지적했다.
존 스펜서 전 미 소령은 지하전과 관련해 "빌딩보다는 수중에서 싸우는 것과 비슷하다"며 "지상에서 사용하는 장비 모두 지하에서는 같은 방식으로 작동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이스라엘은 지상군 투입에 앞서 공습으로 지하터널을 파괴하겠다는 계획이었지만 로이터는 이번 주 하마스가 해상 터널을 이용해 이스라엘 침투를 시도한 것을 고려하면 터널 기반 시설에 피해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아미르 아비비 전직 이스라엘 부사령관은 "우리가 며칠 동안 대규모 공격을 해왔지만, 하마스 지도력은 거의 온전하다"며 "지휘 및 통제 능력, 심지어 반격을 시도하고 실행할 수 있는 능력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는 "가자지구 아래에는 40~50미터 깊이의 도시가 있다"며 "벙커와 본부 저장고가 있으며 천 개 이상의 로켓 발사 지점도 연결되어 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라이히만 대학의 다프네 리치먼드-바락 교수는 "이스라엘군이 터널 내부에서 마주치게 될 것은 ISIS(이슬람국가) 같은 무장 단체들이 획득하고 하마스에 전수된 모든 경험과 지식"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이스라엘군은 지하전에 대비해 '스펀지 폭탄(sponge bomb)'을 시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름처럼 폭발물은 아니지만 팽창하는 거품이 단단하게 굳으며 터널 통로를 차단할 수 있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25일(현지시간) 보도를 통해 이스라엘군이 스펀지 폭탄을 지하터널의 불필요한 통로를 막아 매복 공격을 방지하는 용으로 사용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최소한의 물조차 공급받지 못하고 있는 가자지구 민간인들의 실상이 알려지면서 이스라엘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난 여론이 커지고 있지만 이스라엘은 지상군 투입에 대한 각오를 다지며 작전을 강행하고 있다.
전날 밤 사이 이스라엘군은 탱크와 보병을 투입해 가자지구를 급습한 후 철수했다. 양측의 무력 충돌이 발발한 후 가장 큰 규모의 가자 침투 작전이었던 만큼 지상전 돌입 수순에 들어갔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요아브 갈란트 국방장관은 26일(현지시간) TV연설을 통해 "가자에서 하마스에 대항하는 이스라엘의 작전은 공중, 육지, 해상을 통해 진행되고 있다. 벙커, 터널, 통신 테러리스트와 그 지휘관들을 타격하고 있다"며 "이 전쟁에서 승리하는 것이 우리의 의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