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정제마진 상승에 정유부문 흑자전환
매출, 2년만에 5조대 축소…정기보수 영향
◆…현대오일뱅크 최근 5년 분기별 영업실적. 2023년 3분기는 잠정실적.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26일 그룹 지주사 HD현대의 공시에 따르면 현대오일뱅크는 3분기 연결기준 매출액 5조 8235억원, 영업이익 3191억원, 당기순이익 1272억원으로 잠정 집계했다. 전년동기에 비해 매출이 43.4%, 영업이익이 54.6%, 순이익이 28.6% 감소했다. 전분기에 비교하면 매출은 16.5% 줄었으나 영업이익이 783.9% 증가하고 순이익은 흑자로 돌아섰다.
영업이익률은 5.5%로 전년도 대비 1.3%p 하락했으나 전분기보단 5.0%p 뛰었다. 적자를 겨우 면했던 직전분기보다 수익성은 개선됐으나 3분기 정유, 혼합자일렌(MX) 설비 등의 정기보수가 진행된 영향에 지난해 3분기 10조 2831억원의 분기 최대수준 외형을 시현한 뒤 시작된 매출 감소세가 4분기 연속 이어졌다. 이 회사가 5조원대 매출에 그친 것은 지난 2021년 3분기 5조 1815억원 이후 2년 만이다.
회사측은 "3분기 정기보수에 따른 가동률은 60% 정도로 4분기엔 80~90% 이상일 듯하다"며 "고도화 공정을 최대로 돌리는 수준으로 1~2분기를 상회한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황 악화에 널뛰기 행보를 보인 영업이익은 전분기보다 9배 가까이 늘어나며 한숨을 돌렸다.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로 인한 주요국 긴축기조가 나타나고 중국 수요부진, 미국 원유재고 등으로 작년 하반기부터 하락세가 시작된 유가에 정유업계가 크게 흔들렸으나 올 하반기 시황이 긍정적으로 바뀌며 수익성을 회복한 모습이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국제유가는 두바이유 기준 지난해 상반기 배럴당 100달러를 넘는 수준까지 치솟은 이후 하락을 거듭해 70달러 수준까지 떨어졌다. 반면 3분기들어 석유수출국기구와 비회원 산유국 협의체 오펙플러스(OPEC+) 감산 효과가 약 3개월 만에 나타나고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의 추가 감산 등에 힘입어 80달러를 넘겼으며 3분기 말 90달러도 돌파했다.
정유·증권업계에 의하면 통상 배럴당 4~5달러 수준이 BEP로 평가되는 정제마진도 2분기 손익분기점 내외에 머물렀으나 8월 12달러 수준까지 치솟는 등 정유업계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HD현대오일뱅크는 "유럽 정유사 가동 차질과 동절기 비축 수요 증대 등에 따른 등경유 제품 크랙 상세 영향에 정제마진이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정유부문(별도)의 영업이익이 2620억원으로 전분기 965억원 적자에서 흑자전환됐다. 전년동기 대비로는 34.2% 감소했으나 0.8%p 뛴 5.0%의 이익률을 기록하며 수익성이 개선된 모습을 내비쳤다. 석유화학사업을 영위하는 HD현대케미칼도 MX 스프레드 강세와 정제마진 상승에 힘입어 별도기준 전분기보다 29.4% 늘어난 255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둬 전사 실적에 기여했다.
이와 달리 윤활기유 시황의 경우 유가 상승과 인도 몬순(우기) 여파로 수요가 줄어 HD현대쉘베이스오일이 별도기준 전년동기 대비 62.3%, 전분기 대비 69.2% 감소한 190억원 영업이익 시현에 그쳤다. 카본블랙 사업을 영위하는 HD현대오씨아이도 전년도보다 36.9%, 전분기보다 4.0% 하락한 190억원 영업이익을 거둬들였다. 역내 공급량 증가로 제품가격이 하락했으나 원료 가격은 상승해 부진했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HD현대오일뱅크는 4분기 유가의 상승폭이 경기침체로 인해 제한적이겠으나 팔레스타인 분쟁에 따른 강보합세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정제마진도 현 수준에서 유지될 것이란 판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