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트위터(이라크내 하마스 지지 시위)
사우디아라비아의 아랍뉴스는 고유가로 국고가 튼튼해지며 정치 세력 간 적대감이 해소되는 등 수십 년 만에 안정기에 들어설 움직임을 보였던 이라크가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으로 민감한 지역의 상황을 악화시킬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란의 지원을 받는 것으로 의심되는 민병대들이 최근 며칠 동안 로켓과 드론을 이용해 이라크와 시리아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 기지들을 공격함으로써 이러한 조짐은 이미 나타나고 있다.
이란의 지원을 받으며 중동 전역에서 활동 중인 다양한 세력의 민병대들은 미국 정부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지상전에 공개적으로 개입할 경우 미국의 이익과 밀접하게 연관된 시설들을 공격하겠다고 천명한 바 있다.
미국 워싱턴에 있는 아랍센터의 전 미국 주재 이라크 대사인 렌드 알 라힘은 "2주가 약간 넘는 기간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전쟁이 모하메드 시아 알 수다니 이라크 총리가 지난 1년 동안 공들여 온 균형 외교 노력을 완전히 망쳐 놨다"라고 말했다.
미국은 이라크에 주둔 중인 비상대기 요원들의 철수를 명령하는 동시에 이라크에서의 미국인에 대한 위협 수위가 높아졌기 때문에 여행하지 말라고 경고했으며 영국도 바그다드 주재 대사관 직원들을 일시적으로 철수시키는 조치를 취했다.
현재 약 2500명의 미군이 이라크의 허가를 받아 주둔하며 이라크군과 쿠르드군의 전투에 대한 조언과 훈련을 제공하고 있다. 또 다른 900여 명은 시리아 북동부에 배치돼 현지 쿠르드족 주도 세력과 협력해 극단주의 무장세력과 전투를 벌이고 있다.
10월 17일 이후 미군은 이라크 서부 아인 알 아사드 공군기지, 이라크-쿠르디스탄의 하리르 비행장, 그리고 남부 시리아의 알탄프 기지에 대한 로켓과 드론 공격을 받아 미군 21명이 경상을 입고 업무에 복귀했고 민간인 1명은 심장마비로 사망하는 피해를 당했다.
카타이브 헤즈볼라, 아사이브 알 알하크 등 무장 민병대들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하마스를 상대로 대대적인 지상전을 벌이면 공격을 강화하겠다고 위협, 미군이 중상을 입거나 심지어 사망할 위험이 커지고 미군도 이에 맞서게 되면 상황은 더욱 꼬일 수밖에 없게 되었다.
미군과 무장대원들 간의 긴장과 위험의 고조는 자연스럽게 이라크를 다시 혼란과 전쟁의 소용돌이로 몰아넣을 수 있는, 통제 불가능한 상황으로 끌어들이는 불씨를 안고 있다.
문제는 친미 성향의 알 수다니 총리는 사실상 통제력이 거의 없는 식물 정권에 가깝다는 것이다. 이는 이란의 지원을 받는 이라크 내 민병대 중 상당수가 이라크 정부가 금지하는 준군사조직인 인민동원군(PMF) 소속이고 그 지도자 중 일부는 알 수다니 정부에서 요직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
블로그 '무싱 온 이라크'의 조엘 웡은 아랍뉴스 인터뷰에서 "알 수다니가 친 이란계 단체들에 가자지구에 직접 개입하면 정부 차원에서 보복할 것이라고 말했다는 보도가 있었지만, 사실상 아무런 통제력도 없다"라고 말했다.
실제 이라크 정치인 하디 알 아미리는 이스라엘 하마스 전쟁이 시작된 후 "만약 미국이 개입한다면 우리도 개입할 것"이라며 "우리가 모든 미국의 시설을 목표로 삼는 것 또한 합법적인 것으로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라크 내 친이란 세력과 경쟁 관계인 시아파의 지도자이자 민병대 지도자 중 한 명인 무크타다 알 사드르도 이미 이스라엘에 대한 적대행위를 가시화하기 위해 추종세력들을 소집한 것으로 알려졌다.
분석가들은 그가 현 위기를 이용해 정권을 장악하고 이란의 지원을 받는 경쟁 세력들을 제압하려 들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조엘 웡은 "알 사드르가 이라크의 다른 정치지도자들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가자지구 위기를 이용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가자지구에서의 지상전이 격화된다면 일부 이라크 민병대원들의 공격도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고 이미 세력들 간 논의도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확전의 기폭제는 바그다드에 있는 미국 대사관에 대한 로켓과 드론 공격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웡은 "많은 미국인이 사망한다면 시리아와 이라크 전역에서 미국의 보복 공격이 예상된다"라며 "이라크 내 강경파의 득세로 이어지며 이란의 내정과 외교정책 선택에 대한 간섭이 확대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