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큐베이터·인공호흡기 작동 중단 위기
임산부들 마취제 없이 제왕절개수술 받아
가자지구 내 35개 병원 중 16개 운영 중단
◆…가자시티의 시파병원 산부인과 병동 인큐베이터에 있는 신생아. 사진=로이터통신
탈리아는 하마스의 기습공격이 발생하기 하루 전인 10월 6일에 태어났다. 폐가 아직 성숙하지 못해 스스로 숨을 쉬지 못하는 상태다. 자가 호흡이 가능해질 때까지 인공호흡기에 생명을 의지해야 살 수 있다.
탈리아의 어머니인 사마르 아와드(25)는 "꿈에 그리던 아이였지만 출산 과정이 순탄치 않았다"며 "의사가 폐에 물이 찼으니 경과를 지켜봐야 한다고 해서 신생아실에서 딸과 함께 자고 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봉쇄가 계속되면서 팔레스타인 병원들이 연료 고갈로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고 2일(현지시간) 알자지라 방송은 보도했다. 병원들은 연료로 구동되는 발전기에 전기 생산을 의존하고 있다. 비상 발전기를 돌릴 연료가 부족하면 인큐베이터나 인공호흡기 등을 사용할 수 없어 신생아실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미 연료 부족으로 가자지구의 유일한 암병원은 운영을 중단했다.
가자지구 나세르 병원의 소아 전문의인 아사드 알 나와자는 이날 알자지라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가자지구의 어린이와 부상자의 치료에 필요한 연료를 제공할 것을 계속 호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나세르 병원 응급실에는 10명의 신생아가 있으며 일부는 예정일보다 4주 일찍 태어났다. 가자 보건부는 현재 130여명의 신생아가 인큐베이터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유엔인구기금(UNFPA)은 가자지구 분쟁으로 인해 5만 명의 임산부가 피해를 입었으며 하루 평균 160건 이상의 분만이 이뤄지고 있다고 추정했다. 구호단체 케어인터내셔널은 가자지구의 임산부들이 마취제 없이 제왕절개수술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알 아크사 병원에서 한 의료진이 부상당한 팔레스타인 어린이를 안고 있다. 사진=로이터통신
이스라엘군 공습으로 병원에 실려 온 어린이들도 급증했다.
카말 아드완 병원의 의사들은 마취제 없이 중상자들을 수술하고 상처를 소독하는 데 식초를 쓰고 있다고 뉴욕타임스에 전했다. 카말 아드완 병원의 의사 아부 사피야 씨는 "끔찍한 장면을 보는 것보다 차라리 죽는 것이 더 편하겠다"고 털어놨다. 그는 "수술 중 아이들의 비명 소리가 밖에서도 들린다"며 "마취제 없이 두개골 수술을 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의료진들도 점점 지쳐가고 있다. 알시파 병원 응급실에서 일하는 알라 시탈리는 "담당 의사로서 이 상황을 견딜 수 없다"며 "마취제가 동나고 있고 환자를 치료할 항생제와 붕대도 충분하지 않다"고 말했다.
가자지구뿐 아니라 이스라엘 주민들의 정신적 고통도 심하다. 이스라엘 내 WHO 대표인 미셸 티에렌 씨는 "하마스의 공격 이후 생존자와 목격자 등이 정신적 외상을 겪고 있다"며 "트라우마가 바이러스처럼 이스라엘에 퍼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가자지구 보건부에 따르면 가자지구 내 35개 병원 중 16개가 이스라엘군 공습 등으로 운영을 멈췄으며 아직 운영중인 나머지 의료시설도 문을 닫을 처지에 놓여있다.
가자지구 보건부는 2일까지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가자지구에서 어린이 3760명을 포함해 9000여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