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정훈 "이스라엘 교전 중지, 여론 지지 없이 못 밀어붙여"
"하마스 핀셋 제거, 쉽지 않아…국민 의식해 계속 공격할 것"
"가자지구 점령, 지역 국가들 반발…이스라엘도 추구하지 않을 것"
"美 '인질석방' 중요…확전시 바이든 행정부 대외정책 평가 악화"
◆…8일 탱크가 이스라엘과 가자 지구 국경에서 기동하고 있는 모습 [사진=로이터통신]
미국이 이스라엘에 일시적 교전 중지를 요구했지만, 이스라엘은 '인질 석방 없는 휴전'에는 여전히 반대 입장을 고수하는 가운데, 이스라엘이 '하마스 소탕'이라는 분명한 성과 없이 휴전하게 되면 이스라엘 국민 여론이 반발할 수 있어 이를 의식해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민정훈 국립외교원 미주연구부 교수는 9일 오전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이 어느 정도 하마스 소탕에 있어서 성과를 내지 못한 채 휴전으로 빠져 들어가게 되는 상황을 굉장히 경계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민 교수는 "이스라엘 입장에서는 자국민 1400명 정도가 이번 하마스 공격으로 사상자가 발생하고 사망했다"며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건데 이에 대해 적절한 대응이 없이 휴전이 이루어지고 흐지부지돼 버리면 이스라엘 정부뿐만 아니라 이스라엘 국민에게 있어서도 받아들일 수 없는 결과가 된다"고 설명했다.
민 교수는 "(정부 이전에) 이스라엘 국민들도 굉장히 강경하다. 일각에서는 이스라엘 국민들이 너무 지나친 거 아니냐,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고 그러는데 그건 아니다. 아무리 네타냐후 정부가 독재 성향이나 극우 성향을 갖고 있다고 하더라도 국민들의 여론, 지지가 없으면 강하게 밀어붙이기는 쉽지 않은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스라엘 입장에서는 국민을 설득할 수 있을 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하면 국내 정치적으로 굉장히 어렵기 때문에 그 부분에서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이라며 "그 입장을 미국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이스라엘에 대해 미국이 강하게 압박하는 것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본다"고 부연했다.
미국이 교전 중지를 요구하는 가장 큰 이유에 대해 "인질 석방"이라며 "자국민의 생명 보호가 바이든 행정부가 국내 정치적으로 고려하는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답했다.
민 교수는 "중동 지역의 교전상태나 불안정한 안보 상황이 확전이 돼서 중동 지역이 굉장히 불안해지면 이걸 지켜보는 미국 국민들의 시각이 굉장히 부정적으로 변할 수 있고 피로감이 커져 바이든 행정부의 대외정책에 대한 평가가 굉장히 악화될 수 있기 때문에 이 부분에 있어서는 국내 정치적으로 본다면 바이든 행정부가 굉장히 고심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어 '하마스의 핀셋 제거가 가능한 일인가' 묻자 "쉽지 않기 때문에 이스라엘뿐만 아니라 미국의 고민이 깊어지는 것"이라고 답했다.
민 교수는 "하마스가 교묘하게 민간인 지역으로 숨어들어 가서 또 터널에 있기 때문에 하마스를 소탕하기 위해서는 정밀폭격을 하고 민간인 거주지역을 폭격하거나 지상군이 투입돼야 되는데 그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민간인들이 피해가 발생할 것이고, 또 실제로 그런 모습을 보여왔기 때문에 이 부분에서 국제사회의 우려가 굉장히 커지고 있는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이스라엘에게 보다 정밀하게 공격해라 주문하고 있지만 그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민간인 사상이 발생하고 부각되는 부분에 대해서 고민이 클 수밖에 없다"며 "이스라엘은 자국 내 여론이라든지 상황을 위해서 계속 공격을 해야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민간 시설을 방패막이로 사용하는 가자지구에서 민간인 희생을 줄이는 것은 매우 복잡한 문제라는 입장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의 한 고위 당국자는 민간인과 테러리스트를 구분하기 위해 큰 노력을 벌이고 있다고 말해 아직 공격 완화의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민 교수는 이스라엘 군의 가자지구 장기 점령에 대해선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봤다. 그는 "중장기적으로 이스라엘이 만약 가자지구의 통치를 다시 하게 된다면 팔레스타인이나 지역 국가들이 받아들일 수 없고, 그것이 갖고 올 테러공격이나 여타의 불안전한 안보 상황을 고려해 본다면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을 것이다. 이스라엘도 워낙 경험이 많기 때문에 추구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정부가 이스라엘에 3억2천만달러의 유도폭탄 장비 판매를 승인했다는 언론 보도와 관련해 "바이든 행정부의 중동, 유럽 지역에서의 평화적 중재자로서의 역할에 대해서는 굉장히 도덕적인 타격이 가해질 것"이라고 답했다.
민 교수는 "미국 사회의 양면성이다. 앞에서는 평화 중재 얘기하지만 결국 이스라엘이 쓰는 무기 대부분은 미국산이라는 얘기"라며 "현재 중동이라든지 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지면서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미국 내에서 웃고 있는 분야는 아무래도 군산복합체다. 많은 무기를 판매하면서 많은 수익을 거두고 있기 때문에 그 부분이 서서히 부각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