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 피해 학생 1호(심리상담·조언), 3호(치료·요양) 보호조치 받아야 비용 지원
2022년도 심리 치료비용 지원받은 학생 28.2%
학폭대책위 결정 불복해 행정소송 접수…가해 학생 265건, 피해 학생 34건에 그쳐
양향자 "가해 학생 처벌 초점 맞춘 학폭 대응, 피해 학생 또 다른 상처 겪는 일 없어야"
◆…학교폭력 피해자인 김수연(가명) 씨가 12일 오전 서울 서초구 푸른나무재단에서 열린 2023 전국 학교폭력·사이버폭력 실태조사 및 대책 발표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학교폭력 피해 학생 중 10명 중 3명이 심리치료 비용을 지원받고 나머지 7명은 자비로 치료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학교폭력 피해 학생이 증가하는 상황 속에서 트라우마 치료를 위한 진료비 지원이 확대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10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속 한국의희망 양향자 의원이 교육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심리 치료비용을 지원받은 학생은 2022년도 기준 전체 심의 건수 62,053건 중 1, 3호 보호조치 17,560건으로 28.2%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학교폭력 피해 학생이 심리치료 비용을 지원받으려면 1호(심리상담·조언) 또는 3호(치료·요양) 보호조치를 받아야 한다. 지난 3년간 1, 3호 처분을 받은 건 전체의 33%였다.
◆…[사진=교육부 출처 양향자 의원 보도자료]
특히 막대한 심리치료 비용으로 치료 자체를 포기하는 학생도 존재한다는 문제점이 제기된다. 그러나 교육부는 자비로 치료받거나 치료 자체를 단념한 학생 수와 진료 금액 등 피해 규모조차 파악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지난해 발생한 학교폭력 유형 대다수를 차지하는 '언어폭력'과 '신체폭력'은 2020년 대비 각각 287%, 163% 증가했다. '따돌림'은 무려 301%나 늘었다. 이어 ▲성폭력(123.4%) ▲기타(117.5%) ▲강요(112.7%) ▲금품갈취(63.9%) ▲사이버폭력(53.4%) 순으로 발생량이 늘었다.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 결정에 불복해 행정심판을 접수하거나, 행정소송을 청구하는 경우도 가해 학생 쪽이 월등히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기준 가해 학생이 총 265건의 행정소송을 접수한 데 반해 피해 학생의 경우 34건에 그쳤다.
가해 학생 청구 소송에 피해 학생은 방어권을 행사하기 위해 직접 출석하기도 하는데, 이 경우 피해 사실 진술 과정에서 2차 가해가 이뤄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양 의원은 "가해 학생의 처벌에만 초점을 맞춘 학폭 대응으로 피해 학생이 또 다른 상처를 겪는 일은 없어야 한다"며 "피해 학생이 평생을 트라우마에 시달리지 않도록 세심하게 제도를 재정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정부는 내년도 학교폭력 예방프로그램을 포함한 청소년 예산을 대폭 삭감한 상황이다. 특히 여성가족부가 내년부터 117학교폭력신고센터 사업 예산을 전액 삭감해 지난 7일 국회 예산특별위원회에서는 야당 의원들의 비판이 이어지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