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이후 최소 600건 이상 부상 사례 기록
스페이스 X, 근로자 안전 수칙과 표준 관행 무시
마감일 맞추기 위해 하루 최대 12시간, 주6일 근무
전문가, 안전 기록 관리에 대한 정부 규제 강화해야
◆…사진=로이터통신
2014년 6월 바람이 많이 불던 밤이었다. 텍사스주 맥그리거에 있는 스페이스 X 시설에서 로니 르블랑과 그의 동료들은 문제가 발생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발포 단열재를 주격납고로 운반해야 하는데 트럭의 화물을 고정할 끈이 없었기 때문이다. 르블랑은 자신이 화물 위에 앉아서 가겠다고 제안했다.
트럭이 출발한 후 갑자기 돌풍이 불었다. 트럭에 있던 단열재가 날아갔고 르블랑은 단열재를 고정하려다 도로에 머리를 부딪혀 현장에서 즉사했다. 당시 르블랑의 나이는 38세였다.
로이터 통신이 10일(현지시간) 인터뷰와 데이터 기록을 토대로 우주기업 '스페이스X' 작업장에서 발생한 안전사고에 대해 집중 보도했다.
로이터 취재 결과, 2014년 르블랑 사고 이후 스페이스X의 근로자들은 최소 600건 이상의 부상을 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많은 근로자들이 심각한 부상을 입었거나 장애가 있는 상태였다. 화상, 감전, 절단으로 인해 열상, 골절, 뇌진탕, 외상성 뇌손상 등 수 백건의 부상 사례가 보고됐다. 로이터는 근로자 안전 수칙과 표준 관행을 무시한 대가를 스페이스X 직원들이 혹독하게 치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직원들은 일론 머스크 CEO가 안전에 대해 무심했다고 전했다. 그들은 머스크가 현장에서 새로운 화염방사기를 가지고 놀기도 했으며 밝은 색을 싫어한다는 이유로 노란색 안전 테이프를 빨간색으로 교체하고 직원들에게 안전 노란조끼를 입지 말라고 지시했다고 폭로했다. 또한 경험이 없는 근로자들을 채용해 바로 현장에 투입했다고도 전했다.
직장에 불만을 제기했다가 해고된 직원들 중 한 명이었던 스페이스X 수석 엔지니어 톰 몰린은 "최대한 빨리 화성에 가서 인류를 구해야 한다는 머스크의 신념이 회사 곳곳에 스며 있었다"며 "회사는 목표를 달성하는 데 방해되는 모든 것을 제거했고 이에 대해 정당화했다"고 분개했다.
브라운스빌 관리자들은 머스크의 비현실적인 마감일을 맞추기 위해 혹독한 노동에 시달렸다고 말했다. 일부 근로자들은 일주일에 80시간 이상 일하기도 했으며 너무 힘든 날에는 화장실에서 잠이 들기도 했다고 토로했다.
◆…텍사스 브라운스빌 인근의 스페이스X 공장에서 일하는 근로자. 사진=로이터통신
또 작업 속도를 높이고 비용을 절감하려고 멕시코만 해변에 텐트를 쳐서 로켓을 제조했다고 폭로했다 .작업자들은 38도가 넘는 온도에서 하루 최대 12시간, 주 6일 동안 로켓 부품을 용접했다고 전했다. 강풍으로 작업이 중단되면 감독관들이 텐트 출입구를 닫아 환기를 차단했다고 했다.
용접기술자였던 필립 프루지는 관리자에게 폐를 보호하는 데 사용되는 인공호흡기를 요구했지만 거절당했다고 말했다. 프루지는 "텐트안에 먼지 구름이 가득 찬 것을 볼 수 있었다"며 "모두가 매일같이 그 먼지를 들이마시고 있었다"고 회상했다.
안전사고는 계속해서 일어났다. 2021년 11월 브라운스빌의 기술자 2명은 리프팅 허용 하중이 300파운드로 설계된 크레인으로 500파운드 무게의 사각강관을 옮기던 중 기술자의 손에 배관이 떨어졌다. 결국 이 사고로 기술자는 약지를 절단해야만 했다.
2022년 1월에는 엔지니어의 두개골이 골절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캘리포니아주 호손의 스페이스X 시설에서 랩터 로켓 엔진의 압력 테스트 중 부품이 날아가 프란시스코 카바다의 두개골을 강타했다. 카바다는 아직까지 의식을 찾지 못하고 혼수상태에 빠진 상태다. 캘리포니아 호손 공장의 고위 관리자들은 보호장벽 제공 및 부품 테스트에 대해 반복적으로 경고를 받았음에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소식통들은 비난했다.
◆…텍사스주 브라운스빌 인근의 스페이스X 현장에서 일하는 근로자. 사진=로이터통신
로이터가 공개한 600건 이상의 스페이스X 부상 건수는 일부에 불과하다. 미국 노동부 산하 산업안전보건청(OSHA)은 스페이스X에 2016년부터 매년 총 부상자 수를 보고하도록 요구했지만 스페이스X는 2021년부터 보고서를 제출하기 시작했다.
2022년 데이터에 따르면 스페이스X 주요 산업시설 3곳의 산업재해율은 평균을 훨씬 초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텍사스 브라운스빌 제조시설 재해율은 근로자 100명당 4.8명으로 우주 산업 평균인 0.8명보다 6배나 높았다. 르블랑이 사망한 텍사스주 맥그리거 로켓 실험시설은 평균의 3배가 넘는 2.7건이었고 캘리포니아 호손에 위치한 제조시설은 근로자 100명당 1.8명으로 평균의 두 배를 넘었다.
다른 주요 우주기업들 역시 최근 몇 년 동안 OSHA에 연간 부상건수 데이터를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안전 기록 관리에 대한 정부 규제가 약해 작업장에서 일하는 근로자의 안전사고 위험이 높은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제로 로이터 통신이 스페이스X에 대한 연방 안전 위반 기록을 검토한 결과, 데이터 누락에 대한 어떠한 제재도 발견하지 못했다. 연방 당국은 스페이스X 안전 위반 사항에 대해서만 5만달러의 벌금을 부과했을 뿐이다.
한편 미 항공우주국(NASA)은 아르테미스 프로그램 달 착륙선의 개발 사업자로 스페이스X를 선정했다. 마켓워치에 따르면 스페이스X의 기업가치는 지난해 기준 1400억 달러를 평가 받아 세계 1위인 레이선 테크놀로지(RTX)와 보잉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