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탄희 "1989년도 한 출판사 압수수색, 주인 연행 과정서 영장없이 압수수색 이뤄져"
"노태우 정권 소위 출판사와 서점에 대한 공안탄압으로 비판받았던 시기"
"해당 의혹 사실관계, '모르고 했을 것 같다'는 추측진위 확인해 달라"
◆…이종석 헌법재판소장 후보자가 13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참석해 있다.[사진=연합뉴스]
이종석 헌법재판소장 후보자가 평판사 시절 '영장주의 위배 의혹'이 제기된 데 대해 사실관계가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종석 후보자는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헌재소장 인사청문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이탄희 의원이 '1989년도 한 출판사 압수수색, 주인이 연행되는 과정에서 영장없이 압수수색이 이뤄졌는데, 그 이후 이 후보자가 압수수색 영장과 다른 영장을 발부해서 사실상 덮어줬다는 취지의 의혹 제기가 있었다'고 질의하자 "국회에 와서 들었다. 사실관계는 전혀 기억나질 않는다. 담당하는 판사(본인이)가 그것을 알고 (영장을) 발부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답했다.
앞서 13일 '더팩트' 보도에 따르면 이종석 후보자가 평판사 시절 위법 소지가 있는 영장 발부에 관여한 정황이 나타났다고 전했다.
인천시경은 1989년 4월 10일 영장 없이 인천대학교 인근 인문사회과학서점 '만두리서점' 등 시내 5개 서점에서 서적 166권을 압수하고 만두리서점 주인 김모 씨를 연행한 뒤 영장을 발부받았는데, 당시 영장을 발부한 판사가 인천지법에 근무하던 이종석 후보자였다.
만두리서점은 같은 해 7월 31일 다시 영장 없이 압수수색을 당했고, 김 씨는 국가보안법 위반(이적표현물 소지 및 판매) 혐의로 구속돼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1989년은 문익환 목사 방북 이후인 4월 3일 국가안전기획부·검찰·경찰·보안사가 공안합동수사본부를 구성해 이른바 '공안정국'이 조성됐던 시기다. 이와 관련해 헌재소장으로서 헌법 가치인 '영장주의'와 '언론·출판의 자유'를 충분히 수호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탄희 의원은 "이 당시가 노태우 정권에서 소위 출판사와 서점에 대한 공안탄압으로 비판을 받았던 시기다. 출판사·서점 195차례 압수수색 실시, 4만5000여 권의 서적 압수, 출판인·서점 관계자 44명 구속됐다"는 언론 보도 내용을 꼬집었다.
그는 "그해 국정감사에서도 국회의원들이 '영장이 남발되고 사법부가 5공화국으로 회귀하면 안 된다'고 하자 행정처장이 '의원들 충고, 국민들의 목소리를 받아들이겠다고 한 큰 사건인데 기억나지 않느냐"고 재차 묻자 이 후보자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에 이탄희 의원은 "오후 질의에 이 사건에 대한 사실관계와 '모르고 했을 것 같다'는 추측진위에 대해 확인해 달라"고 촉구했다.
이 의원은 "기본권과 헌법수호 의지가 투철한지가 헌법재판소장으로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며 "본인이 직접 하신 사건이고 오래된 사건이라도 최대한 기억하고, 잘못된 게 있으면 최소한 어떤 성찰을 했는지에 대한 말씀을 줘야 후보자의 자질을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