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줄 새는 산재보험에 올해 지출액 7조원 육박..."도덕적 해이 심각"

최근 업무상 질병에 따른 산재보험의 업무상 질병 인정기준이 완화되면서 보험급여지출액이 급증하는 등 '도덕적 해이'가 심각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부정수급을 조사하거나 회수하는 경우는 줄고 불합리한 산재 승인 증가로 보험료 인상 가능성까지 점쳐지고 있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지난 2017~2022년 산재보험 업무상 질병 관련 제도운영 개선 내용을 담은 건의서를 고용노동부와 근로복지공단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19일 밝혔다.

건의 내용은 최근 급속한 업무상 질병 인정 기준 완화 및 제도 개편으로 산재 신청 건수·승인율이 증가하며 보험급여 지출액이 상승했다는 게 골자다.

부정수급액 회수 부진 등 산재보험기금 재정건전성은 더욱 약화돼 산재보험료 인상 가능성이 커졌다는 것이다.

건의서에 따르면 산재처리 건수는 1만1672건(2017년)에서 2만8796건(2022년)으로 약 2.5배, 승인율은 51.2%(2017년)에서 62.7%(2022년)로 약 11.5%p 올랐다.

보험급여 지출액은 4조4360억원(2017년)에서 6조6865억원(2022년)으로 급증했고, 올해 지출액은 7조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하지만 근로복지공단의 최근 6년간(2017년~2022년) 부정수급 회수율은 19.5%에 불과하고, 미발견 부정수급 건까지 고려하면 실제 손해 규모는 더 클 것이라는 분석이다.

경총은 '묻지마'식 질병 보상에 가까운 부실한 재해조사와 불합리한 산재 인정이 만연하다고 비판했다. 업무상 질병 제도의 '도덕적 해이'가 심각하다는 것이다.

경총 조사에 따르면 소음성 난청은 지난해 총 12만590건이 신청됐고 승인율은 67.6%로 집계됐다. 장해급여 지출액은 2127억원이다. 이는 6년 전인 2017년 대비 신청 건수는 약 7배, 지출액은 약 6.8배 증가한 수치다. 승인율도 같은 기간 7.9%p 증가했다.

이 외에도 전문기관의 역학조사 결과를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질판위)에서 타당한 근거 없이 번복해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한 건수도 8배 증가했다. 무분별한 역학조사 생략이 늘면서 40면 흡연자까지 폐암으로 보상받는 등 불합리한 산재 승인이 심각해진다는 것이다.

경총은 ▲소음성 난청 ▲직업성 암 ▲근골격계 질병 ▲뇌심혈관계 질병 등 주요 질병별 문제 해결 방안을 담은 산재보험법 시행령 및 관련 고시, 공단 규정·지침 개정 등 13개 건의사항을 고용부와 근로복지공단에 제출해 이를 개선하겠다는 입장이다.

경총 관계자는 "불합리한 산재 승인 증가로 기업의 노무관리 어려움이 가중되고 보험급여 지출 확대로 인한 보험료 인상 가능성까지 높여 경영활동에 상당히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명확한 원칙과 근거 기반의 산재판정이 이루어져야 제도 악용이 줄어들고 효과적인 재해근로자 보호가 가능하기에 인정기준 재정비와 사실관계 조사·확인 강화를 통한 문제해결을 더 이상 미뤄선 안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