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수 가격 올리려면 15일까지 정정신고서 제출해야
인상 안 하고 주가 2만원대 유지하면 공개매수 실패
◆…한국앤컴퍼니 본사 외관. [사진=한국앤컴퍼니]
한국앤컴퍼니 주가가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MBK)가 제시한 공개매수가격인 2만원을 웃돌며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공개매수 종료를 열흘 앞둔 상황에서 MBK가 매수 가격을 인상하려면 이번 주가 적기라는 계산이 나온다. MBK가 매수 가격을 올리면 조현범 회장도 맞대응에 나설 수 있기 때문에, 남은 이틀이 앞으로의 주가 방향성을 결정짓는 중요한 시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1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MBK가 매수 가격을 인상하려면 늦어도 15일까지 금융위원회와 거래소에 정정신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올해를 한 달 남겨놓고 MBK가 공개매수를 진행하는 건 내년 3월 열리는 한국앤컴퍼니 정기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하기 위함인데, 이를 위해선 주주명부폐쇄일 전날인 이달 28일까지 매입 절차를 마무리해야 한다. 결제일까지 2영업일이 소요되는 점을 고려하면 늦어도 26일까지는 공개매수를 마쳐야 한다.
당초 공개매수 마감일은 24일로 예정되어 있었지만, MBK가 15일에 정정신고서를 제출할 경우 관련법상 마감일은 25일로 늦춰지게 된다.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공개매수 마감일 전 10일 이내에 정정신고서를 제출하면 제출일로부터 10일이 경과한 날에 공개매수기간이 종료된다. 16일은 휴일이어서 제출이 불가능한 점을 감안하면 15일이 마지노선이다. 그보다 하루 앞선 14일에 제출할 경우 24일에 공개매수기간이 종료된다.
한국앤컴퍼니 조양래 명예회장의 장남인 조현식 고문과 손잡은 MBK는 우군으로 참여한 조 명예회장의 차녀인 조희원 씨의 지분까지 모두 합쳐 29.54%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번 공개매수를 통해 지분 20.35~27.32%를 매입해 과반 이상 지분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이다. 이에 맞서 경영권을 방어해야 하는 조 명예회장의 차남 조현범 회장은 42.03%의 지분을 보유해 약 8%의 지분을 추가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며, '우호지분 확보' 혹은 '대항공개매수' 등이 맞대응 카드로 거론되고 있다.
◆…(왼쪽부터) 한국앤컴퍼니 조현식 고문, 조양래 명예회장, 조현범 회장. [사진=한국앤컴퍼니]
MBK가 매수 가격을 인상할 경우 조현범 회장이 대항공개매수로 맞대응에 나설 수 있다. 원래라면 공개매수기간 중 대항공개매수가 있는 경우에는 대항공개매수기간의 종료일까지 공개매수 기간을 연장할 수 있지만, 이번 경우는 MBK가 사실상 기간 연장이 불가능한 상황이어서 불리한 점이 있다.
MBK는 추가 자금을 투입해 매수 가격을 인상하는 데 신중한 입장이다. MBK는 공개매수에 투입한 자금 5200억원을 스페셜시츄에이션펀드(특별상황펀드) 2호에서 집행했는데, 이 펀드가 총 18억달러(약 2조4000억원) 규모이다. MBK는 "단일 투자 규모가 펀드 총 규모의 20~25%로 제한되기 때문에 매수단가 인상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조현범 회장 측은 아버지인 조양래 명예회장을 아군으로 포섭하면서 상대적으로 자금력이 풍부하다. 조 명예회장이 2020년 6월 조 회장에게 한국앤컴퍼니 지분 23.59%를 블록딜로 넘겨 벌어들인 돈만 2447억원이고, 경영 일선 당시 계열사 배당을 통해 상당한 자금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13일 종가(2만1600원) 기준 1640억원의 자금만 있으면 지분 8%를 추가 확보해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다.
MBK가 매수 가격을 인상하지 않고 한국앤컴퍼니 주가가 2만원대를 계속 유지할 경우 공개매수에 실패하게 된다. MBK는 공개매수에 응모하는 주식 수가 최소 매수예정수량인 1931만5214주(20.35%) 미만일 경우 응모된 주식 전량을 매수하지 않을 방침이다.
MBK가 공개매수에 성공한다면 목표대로 과반 이상의 지분을 확보하게 된다. 이를 바탕으로 내년 정기주주총회에서 15명 중 8명의 이사를 새로 이사회에 앉혀 그룹 전체 경영권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