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교전으로 인한 폭발 흔적이 남은 가자지구 북부 알 아흘리 병원 인근. 2023.10.18. <사진 로이터>
21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WHO는 가자지구 전체의 36개 의료시설 중 9개만이 부분적인 기능을 하고 있으며 이들은 주로 남쪽에 집중돼 있다고 전했다.
WHO 가자지구 구호 책임자인 리처드 피퍼콘은 이날 온라인 브리핑을 통해 "실제로 북쪽에는 제대로 작동하는 병원이 남아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알 아흘리 병원이 유일하게 남아 있었지만 지금은 최소한의 기능만 하고 있다. 여전히 환자를 치료하고 있으나 새로운 환자를 입원시키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피퍼콘은 이를 "병원의 껍데기"라고 묘사하면서 알 아흘리 병원이 매우 제한된 치료를 제공하는 호스피스와 같다고 말했다. 그는 "10명가량의 의료진이 기본적인 응급처치와 통증 관리, 상처 치료만 할 수 있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틀 전까지만 해도 부상자 수술을 할 수 있던 유일한 병원이었고, 응급 치료가 필요한 환자들로 넘쳐났다"며 "전력, 의료용품, 의료 인력의 부족으로 더 이상 수술을 진행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최근 이스라엘 공격으로 인한 희생자들의 시신은 병원 마당에 줄지어 늘어져 있다고 덧붙였다.
알 아흘리 병원처럼 기본적인 치료 기능만 수행하는 병원은 가자 북부에 알 시파와 알 아우다, 알 사하바 등 3곳 정도만 더 남아 있으며 이곳은 동시에 수천 명의 난민을 보호하고 있다고 피퍼콘은 설명했다.
그는 "알 아흘리 병원의 일부 환자들은 몇 주 동안 수술을 기다리거나 수술받았던 환자는 항생제 등 약품 부족으로 감염 위험에 직면해 있다. 생존을 위해 긴급히 이송돼야 한다"며 인도주의적 휴전을 거듭 촉구했다.
피퍼콘은 "이제 남은 의료시설을 강화하고 수천 명의 부상자와 기타 치료가 필수적인 환자들에게 의료 서비스를 제공해 사망에 이르는 것을 막기 위해 휴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 지역의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이스라엘군이 살해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는 이날 비무장 상태인 팔레스타인 주민 최소 11명이 가자 북부 리말 지역에서 살해됐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밝혔다.
요르단강 서안의 OHCHR 사무소는 전날 이스라엘군이 리말 지역 남성 11명 이상을 그 자리에서 살해했다는 충격적인 사건이 벌어졌다고 OHCHR 본부에 보고했다.
서안 사무소는 "남성들은 가족이 있는 자리에서 숨졌다"면서 "군인들이 여성과 어린이들을 방으로 들어가게 하고 남성들에게 총을 쐈으며 수류탄까지 던져 일부 어린이는 심하게 다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OHCHR은 이 보고 내용이 "전쟁범죄 가능성이 있어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사안"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대해 이스라엘 정부 관계자는 AFP 통신에 "우리에 대한 명예훼손일 뿐"이라며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