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유대주의·논문 표절 의혹' 美 하버드대 최초 흑인 총장 자진 사임

반(反)유대주의에 대한 입장과 논문 표절 의혹으로 압박을 받아온 미국 명문 하버드대학 클로딘 게이 총장이 결국 사임 의사를 밝혔다.

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게이 총장은 이날 교직원 대상 공개서한을 통해 "쉽게 내린 결정은 아니었고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어려웠다"며 이같이 말했다.

게이 총장은 "(자진 사퇴하는 것이) 하버드에 최선의 이익이 될 것이라는 점이 분명해진 후 이사진과 상의를 통해 이 같은 결론에 도달했다"고 했다.

최초의 흑인 총장으로 올라 화제를 모으기도 했던 그는 최근 청문회에서 표절 혐의와 자신의 증언에 대한 비판을 언급하며 "인종적 적대감으로 인한 인신공격과 위협을 받는 것이 두려웠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5일 연방 하원 청문회에서 게이 총장은 교내 유대인 혐오 확산을 두고 '표현의 자유'라고 주장해 미 보수층을 중심으로 '반(反)유대 총장 퇴출 운동'의 대상이 됐다.

당시 게이 총장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반유대주의가 교내에서 고조되는 데 대해 "하버드는 폭넓은 표현의 자유를 인정하고 있다"고 말해 논란이 일었다.

청문회에서 게이 총장 이외에도 메사추세츠공과대(MIT)와 펜실베이니아대학(유펜) 총장 역시 유사한 증언을 했으며, 당시 엘리자베스 매길 유펜 총장은 나흘 만에 사퇴하기도 했다.

보수층은 그의 반유대주의 관련 입장뿐 아니라 과거 발표 논문 표절 의혹까지 제기하면서 사퇴 압박을 이어 왔다.

하버드대는 논란이 불거지자 게이 총장의 과거 논문이 "몇 가지 부적절한 인용 사례를 발견했지만 하버드의 연구 부정행위 관련 기준을 위반한 건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추가 표절 의혹이 공개되고 공화당 차원의 조사가 예고되는 등 압박이 이어지면서 대학 측 역시 게이 총장의 사퇴를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하버드대 측은 이날 "게이 총장은 사임 후 교수진으로 되돌아갈 것"이라면서 "교무처장인 알란 가버가 임시 총장직을 맡는다"고 밝혔다. 대학 측은 새 총장을 찾는 작업은 적절한 시기에 시작될 것이라면서도 정확한 일정은 밝히지 않았다고 CNN은 전했다.

한편 미 뉴욕 아이티 이민자 가정 출신의 게이 총장은 스탠퍼드대 경제학을 전공한 뒤 하버드대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 2006년부터 하버드대 교수로 재직했다. 하버드 인문과학부 학장을 거쳐 지난 7월 총장직에 취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