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투자證, 코스피 200 기업 사외이사 산업 전문성 현황 분석
지주업·금융업 제외 162개사 사외이사 중 72.4%가 산업 전문성 낮아
산업 전문성 'HIGH' 분류 사외이사는 15.3% 불과
사외이사제도 본격 운영된 지 20년 경과...전문성 논란 여전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도심의 주요 기업체 건물들［사진=연합뉴스 제공］
한화투자증권은 6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보고서를 통해 '코스피 200' 기업 사외이사의 산업 전문성 현황을 분석한 결과, 이들 162개사 사외이사 655명 중 72.4%에 해당하는 474명이 산업 전문성 낮은 것으로 분류됐다고 밝혔다.
한화투자증권 엄수진 연구원은 "각 사외이사가 재직하는 회사의 업종과 해당 사외이사의 학력 및 경력을 대조해 산업 전문성을 HIGH, MID, LOW로 분류했다"며 "그 결과, 산업 전문성이 높은(HIGH) 것으로 분류된 사외이사는 655명 중 100명(15.3%)인 반면, 낮은(LOW) 것으로 분류된 사외이사는 474명(72.4%)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LOW' 로 분류된 사외이사들은 대개 판·검사, 변호사, 회계사, 세무사, 정계, 경영학 교수 등으로, 해당 업종에 대한 심도 있는 이해를 보유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려웠다"고 지적했다.
그는 전문성 척도로 'HIGH'인 경우 '재직하는 회사의 업종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학문을 전공하고 동종업계 근무 경력 보유'한 것으로 꼽았고, 'MID'는 '재직하는 회사의 업종의 밸류 체인(Value Chain) 상에 있는 업종과 연관이 있는 학문을 전공하거나 동종업계는 아니나 재직하는 회사의 업종의 밸류 체인 상에 있는 업종에서 근무 경력 보유를 들었다.
'LOW'인 경우는 '재직하는 회사의 업종과 무관한 전공 및 직업으로 대체로 판·검사, 변호사, 회계사, 세무사, 정계, 관료, 경영학 교수 등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예시적으로 "최근 행동주의 펀드가 KT&G에 대해 사외이사를 포함해 이사 책임을 추궁하는 소 제기를 청구하고, 기업 분석 및 연구기관이 KT&G 이사회의 전문성 부족을 지적하면서, 사외이사의 전문성 또한 사내이사에 대한 효과적인 견제와 감독에 있어 중요한 요소라는 점이 부각되고 있다"면서 "KT&G는 담배의 제조와 판매를 주요 사업으로 영위하고 있는데 이사회 내 소비재 전문가가 부재하며, 법적으로 광고가 금지된 업종인데 광고 전문가가 포함되어 있다는 점 등이 지적됐다"고 설명했다.
◆…［자료출처=한화투자증권 보고서］
사외이사제도가 본격적으로 운영된 지 20년이 지났지만 사외이사의 전문성이나 독립성은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누가 보더라도 전문성을 인정받는 인사보다는 판·검사 출신 또는 정·관계 유력인사 등이 사외이사로 활동하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또한 이들을 영입하기 위한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상장사 사외이사 6년 연임 제한 규정(계열사 9년)이 신설되면서 더욱 쏠림 현상을 보이기도 했다. 사외이사 6년 연임 제한 규정은 2020년 1월 상법 시행령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강행됐다.
다만 이후 어려운 경영환경에 직면한 기업들은 그간 '거수기' 역할을 했던 사외이사보다는 경영에 적극적으로 도움이 되는 전문가를 영입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특히 금융권을 중심으로 변동성이 큰 금융시장에 대한 전문성이 부각되면서 그 어떤 업권보다 산업 전문성을 보유한 사외이사 영입 사례가 늘고 있다.
주요 대기업들도 최근 사외이사 직업군으로 변호사, 회계사, 업계 이해도가 높은 기업인 출신을 영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사외이사의 역량으로 전문성과 의사결정의 독립성을 선호한 것이다.
이사회 업무를 관장하고 있는 한 대기업 관계자는 '여전히 사외이사 전문성이 미흡한 게 아니냐'는 질문에 "해당 산업현장에서 장기간 재직한 인사가 아니더라도 관련 업무를 담당한 변호사·회계사·세무사나 관료 출신 인사의 경우 사외이사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다"면서 "이런 인사를 확보하기 위해 다양한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