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치 "홍해 여파로 운송료 150%↑…근원 인플레 0.5%P 추가 상승할 것"

"인플레 둔화 마지막 단계,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을 것"

운송비 인상 물가 반영에 약 8~10개월 소요…수입품은 2개월

예멘 후티 반군이 홍해를 지나는 선박에 대한 공격을 지속하고 있는 가운데 글로벌 신용 평가사 피치가 지역 내 안보 상황 악화로 전 세계 운송비가 150% 급등했고 이에 따라 근원 인플레이션이 0.5%포인트 추가 상승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26일(현지시간) 미 경제전문 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따르면 피치는 이날 "중동 지역의 항로 중단으로 인해 인플레이션 완화의 마지막 단계가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을 것"이라며 이같이 전망했다.

피치는 "지정학적 위험으로 인해 올해 운송비가 150% 이상 급등했으며 이는 변동성이 높은 에너지와 식품을 제외한 근원 인플레이션을 0.5%포인트 상승시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러한 상승세는 앞으로 몇 달 동안 수입 가격 상승에 반영될 가능성이 높으며 운송 시간이 길어지면 중간 투입재 및 소비재 공급이 감소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운송비에 대한 전망은 불확실하지만, 몇 분기 동안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화물선이 경로를 변경함에 따라 발생하는 추가 비용은 인플레이션 지표에서 즉각적으로 나타나지 않으며 운송비 인상이 소비자물가와 수입품에 반영되기까지 각각 8~10개월과 2개월이 소요된다고 전했다.

피치는 "이는 2024년 말까지 미국 수입 가격 인플레이션이 3.5%포인트 증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라며 "이것이 미국의 핵심 상품 물가를 약 1.5%P 끌어올려 미국의 근원 소비자물가지수(CPI)를 0.4%P 상승하게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최근 1월 미국 생산자 물가와 소비자 물가가 예상보다 크게 상승하며 늦춰진 첫 금리 인하 전망 시기에 또 다른 어려움을 가중하고 있다.

지난해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후 올해 말 기준금리의 평균 예측치를 4.6%로 전망하며 25bp씩 3차례 금리 인하를 예상했으나 올해 들어 제롬 파월 의장을 포함한 연준 관계자들은 금리 인하에 대한 신중론을 재확인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 첫 금리 인하 시기가 미뤄질 것이라는 전망뿐 아니라 연준의 다음 행보가 금리 인상일 수도 있다는 가능성 또한 대두되고 있다.

다만 피치는 팬데믹 기간과 같은 공급망 타격이 오지는 않을 것으로 봤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2021년 인플레이션은 운송비 기준으로 1.5~2%포인트 상승했다. 피치는 공급망이 그때만큼 제한적이지 않으며 상품 소비 또한 완만하게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친이란 성향의 예멘 후티 반군은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작전 중단을 요구하며 지난해 11월부터 홍해를 지나는 선박에 대한 공격을 강행하고 있다. 지난주 후티 반군 지도자는 공격을 확대할 것이라고 공언했으며 이날 미군 중부사령부는 후티 반군이 지난 24일 아덴만에서 미국 국적의 유조선에 미사일 공격을 시도했다고 밝혔다.

미국과 영국 또한 이에 대응해 후티 반군의 거점을 공격하고 있다. 중부군사령부는 연합군과의 협력을 통해 지난 24일 반군 목표물 18곳을 타격했다고 발표했다.

이처럼 수에즈 운하로 연결되는 홍해 지역 안보가 악화하면서 국제 해운업체가 운항을 중단하거나 우회 경로를 택하며 유가 및 운송비가 상승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