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라디오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
미국·일본 등 자국 투자 유치 위한 총성 없는 '국가대항전'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부 장관(출처=연합뉴스)
28일 MBC라디오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에 출연한 서은영 경제뉴스큐레이터는 미국 반도체법과 현 상황에 대해 소개하며 이 같은 의견을 밝혔다.
바이든 정부가 2022년 8월 서명한 미국 반도체법은, 미국 내 반도체 공장을 짓는 기업에 대해 반도체 생산 보조금과 연구개발 지원금 등으로 5년간 총 527억달러(약 70조원)를 지원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지난 26일(현지시간)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부 장관은 "미국 안팎의 기업들이 모두 600건이 넘는 투자의향서를 상무부에 제출했다"며 "반도체 기업 최고경영자들이 와서 수십억달러를 요청하면 난 '타당한 요청이지만 요청액의 절반만 받아도 당신은 운이 좋은 것'이라고 말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최근까지 알려진 투자의향서 제출건수 460건을 훨씬 웃도는 수치다. 아울러 반도체 생산보조금 390억달러 가운데 최첨단 반도체 생산 기업 지원 금액은 280억달러(약 37조원)인데, 이들의 신청액은 지원 금액의 두 배가 훌쩍 넘는 700억달러(약 93조원)로 나타났다.
이를 두고 서 큐레이터는 "보조금을 준다고 해서 삼성전자나 대만의 TSMC 등 기업들이 이미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는데 얼마를 줄지 확답하지 않다가, 이제는 신청했지만 못 받는 기업이 상당수고 신청액의 절반만 받아도 다행이라고 한다"며 "이런 상황에 미국기업이 우선시되는 분위기까지 더해져, 170억달러(약 20조)를 투자해 텍사스에 공장을 짓는 삼성전자의 경우 25억달러 이상의 보조금을 기대했지만 지금은 기대가 낮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보조금 지급이 확정된 업체는 영국 방산업체 BAE시스템스, 미국 반도체업체인 마이크론 테크놀로지와 글로벌파운드리스 등 3곳이다. 더욱이 보조금 수혜를 가장 많이 받을 것으로 추정되는 미국업체 인텔의 경우, 약 100억달러를 받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서 큐레이터는 "인텔이 100억달러를 받게 되면 나머지 180억달러를 두고 600여개의 기업이 치열하게 경쟁해야 하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이진우 진행자는 "정부 보조금을 자국 기업에 주는 것이 새로운 트렌드가 된지 오래됐다지만, 보조금 불공정 경쟁이 전 세계 경제에 문제를 야기한다고 말하던 미국의 법과 원칙이 사라졌다"고 꼬집었다.
서 큐레이터는 현재 전 세계의 반도체 패권전쟁을 두고 "그야말로 국가대항전이다. 총만 안 들었을 뿐 돈가방을 들고 싸우고 있는 형국"이라고 묘사했다. 그는 "일본은 규슈에 위치한 TSMC 신공장 건설에 대해 일본 정부가 비용의 절반에 이르는 지원금을 지원하고, 미국은 반도체 기업 대거 유치를 통해 2030년까지 최첨단 로직 반도체 생산량의 약 20%를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후발주자인 마이크론이 첨단모델인 HBM3E를 양산해 엔비디아에 납품하는 것과 관련해 그 뒤에는 '팀 미국'이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반도체 패권을 잡겠다는 정부의 의지와 확실한 자금 지원, 그리고 자국 기업끼리 서로 사주는 분위기 등이 있다"고 전하며 "우리는 어떻게 살아남아야 할지 생존전략을 점검해야할 시기"라고 짚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