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익표 "명백하게 증거인멸에 해당"
"외교부 장관 포함해 관련자 전원 고발조치…장관 탄핵 적극 검토"
◆…해병대 채상병 사건 수사 외압 의혹'으로 수사를 받던 중 대사로 임명돼 지난 10일 출국한 이종섭 주호주 대사 내정자가 호주 브리즈번 공항에서 캔버라로 환승하는 중 동행 취재에 나선 MBC 취재진에 단독 포착됐다.[사진=연합뉴스]
해병대 채 상병 사건 피의자인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호주 대사로 임명돼 출국한 가운데 이 전 장관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제출한 휴대전화가 채 상병 사건 이후 처음 쓰기 시작한 새 휴대전화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12일 MBC 보도에 따르면 이 전 장관의 출국금지 상태가 알려진 다음 날인 지난 8일 이 전 장관이 공수처에 자진출석해 수사협조를 약속하면서 휴대전화를 제출했고 출국금지도 해제됐는데, 이 휴대전화가 '채상병 사건' 이후에 쓰기 시작한 새 휴대전화였다고 밝혔다.
작년 7월 31일 이 전 장관은 하루 전날 자신이 결재한 해병대 수사단의 수사결과 발표와 경찰 이첩을 돌연 취소했다. 그런데도 당시 해병대 수사단장이었던 박정훈 대령이 사건을 경찰에 넘기자 국방부 검찰단이 기록을 가져와 국방부 조사본부의 재검토가 이뤄졌다. 수사 외압 의혹이 7월 말부터 8월에 벌어진 일인데 이 전 장관이 해당 사건 이후 새로 쓴 휴대전화를 제출한 것이다.
MBC는 통상 출국금지 해제 여부를 검토할 때는 수사기관 입장을 중시한다는 게 출입국 업무를 해 본 관계자의 설명이라고 전했다.
이에 더해 공수처는 출국금지 권한을 가진 법무부에 '수사 대상이라 출국금지를 유지해야 한다'는 짧은 입장문을 전달했지만 법무부는 '수사에 협조하겠다고 약속했다'는 이유로 이 전 장관의 출국금지를 풀어줬다고 설명했다.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명백한 증거인멸이라고 비판했다. 홍 원내대표는 12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외교를 활용해 수사를 방해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것은 우방 국가에 대한 매우 큰 외교적 결례이자 나라 망신"이라며 "이런 부적격자 대사를 받는 호주 정부와 호주 국민들, 교민 사회는 어떻게 생각하겠나. 참담하다"고 했다.
그는 특히 "이번 일의 중요한 것은 결국 중대범죄를 은폐, 수사를 방해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종섭 피의자 같은 경우 채상병 사건 이후 쓰기 시작한 새로운 핸드폰을 (공수처에) 제출했는데 이는 명백하게 증거인멸에 해당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차라리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의 아이폰 비밀번호 사용자 입력 비법을 알았으면 구형 휴대폰을 낼 수도 있었을텐데"라며 "이런 정도면 통상 검찰에서 얘기하는 증거인멸이고 이런 사람의 도주를 방치했다"고 지적했다.
또 "수사기관인 공수처에서 (출국) 반대 입장을 제시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했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민주당은 관련 상임위를 열고 국기문란 행위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과 함께 특검법은 물론이고 외교부 장관을 포함해 관련자 전원을 고발조치, 관련 장관에 대한 탄핵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윤석열 정부를 향해 노자의 도덕경 구절 중 '천망회회 소이불루'(天網恢恢 疎而不漏)를 인용하며 "하늘의 그물은 크고 커서 엉성해 보이긴 하지만 빠뜨리지 않는다. 즉 하늘은 반드시 벌할 사람은 벌한다"며 "지금은 권력을 갖고 있어서 진실을 은폐하고 범죄 혐의를 막아낼 것 같지만 진실의 크기는 더 커지고 범죄의 무게는 더 확대된다는 의미"라고 경고했다.
민주당은 이날 이 전 장관의 주호주 대사 내정과 도피성 출국 의혹을 수사할 특별검사법안을 국회에 제출하기도 했다.
한편 한동훈 위원장은 이 전 장관의 호주대사 내정자 자격으로 출국한 것과 관련해 호주는 국방 관련 외교 현안이 많은 나라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 위원장은 전날(11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중앙당사 앞에서 취재진과 만나 "수사가 작년 9월쯤부터 진행됐던 것이고 (이 전 장관이) 수사에 관해 충분히 협조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대통령실에서 그런 점들을 고려해서 인사한 것으로 생각한다. 그거 외에 특별히 더 아는 것은 없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