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홍남기 지시에 2060년 국가채무 전망치 153.0%→81.1%"
"전망 전제와 방법 임의 변경, 방법까지 제시하며 거듭 지시"
◆…홍남기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사진=연합뉴스)
시민단체는 5일 홍남기 전 경제부총리를 직권남용 혐의, 허위 공문서 작성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자유대한호국단의 오상종 단장은 이날 오후 서울중앙지검 앞 취재진들과 만나 "2060년 국가채무비율을 두 자릿수로 축소·왜곡함으로써 장기 재정 전망의 객관성, 투명성 및 정부의 신뢰를 훼손했다"며 홍 전 부총리와 나주범 전 기획재정부 재정혁신국장을 직권남용, 직무유기 혐의 등으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오 단장은 "재정 전망의 조기 경보 기능을 무력화하여 국가재정의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한 조치가 지연될 우려도 발생시켰다"며 "올바른 정책 수립을 방해하는 중범죄에 해당하는 만큼 검찰의 철저한 수사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전날 발표한 '주요 재정관리제도 운영실태' 감사 결과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시절 홍 전 부총리가 2020년 7월 장기재정전망을 내놓을 때 2060년 국가채무비율이 세 자릿수로 높게 발표될 경우 비판에 직면할 것을 우려해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 전망치를 축소·왜곡 지시, 153.0%에서 81.1%로 변경됐다.
전망 전제와 방법을 임의 변경해 잘못된 전제를 적용함으로써 수치가 두 자릿 수로 변경됐다는 게 감사원의 지적이다.
기재부는 2060년 국가채무비율이 153.0%인 애초 검토안과 129.6%인 신규 검토안으로 구성된 장기재정전망안을 홍 전 부총리에게 보고했다.
이 자리에서 홍 전 부총리는 100%가 넘는 국가채무비율은 "국민이 불안해한다"며 국가채무비율 급증에 대한 비판을 우려, 2060년 국가채무비율을 두 자릿수로 낮추라고 지시했다.
특히 홍 전 부총리는 2060년 국가채무비율을 낮추기 위해 '재량지출 증가율을 경제성장률에 연동'한다는 핵심 전제를 '총지출 증가율을 경제성장률의 100%로 연동'하는 것으로 바꾸라는 등 구체적인 방법까지 제시했다고 감사원은 전했다.
반면 나 전 재정혁신국장은 부총리의 부당한 지시에 단 한 번의 반론이나 우려를 제기하지도 않았고, 실무자들의 여러 차례 반대를 묵살한 채 2060년 국가채무비율 전망치 '81.1% 안'을 부총리에게 보고한 것으로 조사됐다. 결국 축소·왜곡된 전망 결과가 같은 해 9월 최종 발표되고 국회에 제출됐다.
감사원은 "2060년 국가채무비율을 두 자릿수로 축소·왜곡함으로써 장기재정전망의 객관성·투명성 및 정부의 신뢰를 훼손했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조세재정연구원과 함께 정당한 전제와 방법에 따라 다시 장기재정전망을 한 결과 2060년 국가채무비율이 148.2%로 도출됐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에선 이번 감사원 감사 결과를 두고 청와대 윗선 개입 가능성에 대해 밝혀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광재 국민의힘 대변인은 조세일보와 통화에서 "국가 부채는 굉장히 중요한 경제 지표고, 특히 미래 세대와 청년 세대들이 부담해야 하는 경제적 부담이 굉장히 큰 문제"라며 "자신들에게 불리한 수치가 나올 것 같으니까 그걸 유리한 숫자로 조정해라라고 얘기한 것 자체가 문재인 정부가 통계를 대하는 잘못된 인식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이어 "어느 선에서 어떻게 얘기가 돼서 통계 조작까지 이루어진 건지 좀 더 감사원 조사에서 나오지 않은 부분도 필요하다면 수사를 통해서 밝혀야 된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