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전 6시26분쯤 대구 동구 신천동에서 인도로 돌진해 가로수와 건물을 들이받은 차량이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크게 부서졌다. 사고로 탑승자와 보행자 등 2명이 중경상을 입었고 사고를 낸 운전자는 달아나 경찰이 추적 중이다 [사진=대구소방안전본부 제공]
16일 제주동부경찰서에 따르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치상과 도로교통법(사고 후 미조치) 위반,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위반 혐의로 40대 운전자 A씨가 구속됐다. 그러나 A씨는 음주 수치가 검출되지 않아 음주운전 혐의에서는 벗어날 것으로 보인다.
경찰 조사에서 A씨는 "점심 때 소주 4~5시간을 마셨지만 취한 상태는 아니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1차 조사에서 "술을 마신 적이 없다"고 진술한 A씨는 거듭된 질문에 음주운전 사실을 시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고 당시 어수선한 상황을 이용해 A씨는 경찰과 소방당국이 현장에 도착하기 전, 자신의 차량을 버린 채 근처 풀숲으로 달아나는 바람에 음주 운전 여부를 확인할 수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경찰은 13시간 40분만에 A씨를 붙잡아 음주 측정을 시행했지만, 혈중알콜농도가 0%로 나왔다. 경찰은 채혈을 진행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검사를 의뢰했지만 시간이 너무 오래 지난 상황으로 여기서도 음주 수치는 0%로 나왔다.
현행법상 음주운전 혐의를 적용하려면, 반드시 혈중알코올농도를 적용해야 한다. 그러나 A씨는 사고 당시 도망갔기 때문에 적절한 측정을 할 수 없었고 이에 시간 경과에 따른 혈중알코올농도를 역추산하는 위드마크 기법도 고려해보았지만, 역추산할 최초 수치가 필요해 음주 수치가 검출되지 않은 이번 경우에 적용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다.
이와 관련해 경찰 관계자는 "현행법상 피의자가 음주를 시인해도 음주 수치가 검출되지 않으면 음주운전 혐의를 적용할 수 없다"며 "음주 수치와 함께 진행한 약물 검사에서도 음성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앞서 A씨는 지난 10일 오후 6시 39분 한라산의 516 도로에서 서귀포 방면으로 승용차를 몰다 중앙선을 침범해 승용차 3대를 잇달아 들이받은 바 있다.
A씨는 파손된 차를 몰고 달아나다 다시 중앙선을 침범해 마주 오던 간선버스와 충돌해 버스 승객 등 3명이 다쳐 인근 병원으로 옮겨지는 등 극심한 차량 정체까지 빚어졌다.
한편, 가수 김호중씨가 음주운전을 한 후 도주한 것과 관련해 일각에서는 음주운전 후 무작정 도주로 상황을 모면하려는 일들이 늘어나고 있어 경찰의 단속에도 난항을 겪는 것으로 보인다.
앞서 대구 동구에서는 이날 SUV(스포츠실용차) 운전자가 사고 내고 도주해 경찰이 추적에 나섰다. 지난 14일에는 부산 해운대해수욕장 앞 왕복 6차선 도로에서 가로등을 들이받은 운전자가 사고 후 택시를 타고 달아났으며, 지난 11일 대전에서도 화물차 운전자와 동승자가 사고 후 차를 버리고 달아나는 일이 발생했다.
이처럼 김씨 사건 이후로 음주운전 후 도주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어 일각에서는 '김호중 효과'가 나오고 있다며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