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외교·국방·안보뿐 아니라, 경제·산업 활동은 각 국가의 지정학적 위치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과거 근면 성실한 저임금 근로자와, 최근 재벌 중심 소유 경영대 기업의 과감한 투자로 세계 10위권(무역 7위권) 경제대국에 올라섰던 한국은, 급속한 저출산 고령화를 겪고 있고, 외국인 투자가 격감하면서 성장 한계에 직면하였다. 이젠 러시아·인도·브라질·인도네시아·멕시코 등 인구대국에 급속히 밀려나는 중이다.
동아시아 끝자락의 한국은 거대한 1인 독재 공산국 중국과 러시아로 막혀 있고, 호전적인 북한의 핵위협에 시달린다. 36년 식민지배국인 일본열도로 둘러싸인 실질적 섬나라 고립 국가이며, 태평양도 일본을 돌아가야 열린다. 동맹국인 미국과도 1.1만㎞(비행시간 12시간) 이상 떨어져 있는 먼 나라 변방이다. 반면에 유럽연합·아프리카 연합·남미·중동·동남아시아 국가들은 최소 열나라 이상 국경이 서로 열려있고, 연결되어 있는 연합 대륙이다.
연합 대륙의 주변국이나 소국은 대부분 상속세 폐지 등의 생존전략으로 해외로부터 국부와 인재를 유입 증가시킨다. 캐나다와 멕시코는 초강대 미국 옆에서 양호한 이민과 부유층 재산도피처로 부상했고, 북유럽에 치우친 스웨덴이나 노르웨이도 유럽의 국부를 유입하여, 노르웨이는 세계 최대의 국부펀드를 운영 중이다. 싱가포르도 상속세 면제와 낮은 소득세율 및 해외 원천 소득의 소득세 비과세로 외국인 투자이민과 국부를 유입 중이며, 한국인들이 이민처로 즐겨 선택한다고 한다. 호주와 뉴질랜드도 남반구 먼 거리 변방의 약점을 상속세 폐지로 보완하여 세계 각국의 투자이민을 흡수하고 있다. 각 특정지역의 변방이나 소국인 이스라엘·포르투갈·룩셈부르크·오스트리아·슬로베니아·조지아도 상속세가 없는 나라다.
이 밖에 그리스·터키·아이슬란드·폴란드·이탈리아·스위스·대만·홍콩·베트남·브라질 등은 변방 소국이 아닌 나라인데도 상속세율이 10% 이하로 거의 면제에 가깝다. 대국인 중국·러시아·인도도 상속세가 없고, 더구나 미국도 근간에 상속 공제액을 170억 원(부부 합계 340억)으로 늘려, 웬만한 성공 중소기업가도 상속세 걱정 없이 가족 간 재산승계가 가능한 길을 확 터놓았다. 전 세계가 상속 세금 면제 전쟁에 뛰어들은 형국이다.
그러나 유독 동아시아 끝자락의 한국은 상속증여 최고세율을 일본(55%) 다음 50%(한국 대주주는 할증 평가 시 60%)로 유지 중이다. 일본은 세계 2위 경제대국에서 밀려난 지 오래고, 한국도 국가 경제 총 GDP 순위가 내려가는 중이다. 국제화 시대에 동아시아에 치우친 한국으로 외국인 투자와 해외 투자금 및 외국인 인재를 유치하는 방법은, 최종적이고 수동적 세금인 상속증여세의 대폭 인하 외에 별 뾰족 수가 없다. 다른 능동활동세금(법인세·소득세·부가세·취득세·재산세) 등은 국가 세수 확보를 위해서도 유지해야 하고, 타국 세율에 비해 높다 해도 기업 활동을 국내에서 하는 한 감내할 수밖에 없다. 한국의 부가가치세 10%는 유럽 각국의 13% 내외에 비해서는 조금 낮기는 한데, 그래도 농작물 경작면적이 좁아 생활물가는 매우 높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이 계속 국부 순위 20위권 내라도 생존할지 의문이다.
유독 상속·증여세만은 인생·경제활동의 최종 세금으로서, 국가 간의 해외 인재·자본 유치 경쟁전략에 따라 완전 면제국, 저율 10%이하 국, 막대한 상속 공제 적용국 등을 최종 병기로 선택하기도 한다. 그러나 아직 한국은 상속 최고세율이 50%에, 가족 공제 등은 겨우 10억 원 내외로, 매우 높은 세금을 유지하고 있어, 많은 재산가와 중견기업 경영자가 해외 유출(아니 해외 탈출) 하는 현실이다. 초대형 재벌과 중소자영업 숫자는 국내에 많은데, 대기업의 글로벌 아웃소싱으로 1차 벤더 중견기업과 2·3차 납품 중소기업이 해외로 많이 떠났다고 한다. 국부와 경영인재·일자리의 해외 유출이 점증한다.
지정학적으로 극히 치우친 주변 변방국에 위치하면서도, 국가 침몰 위기 앞에 무슨 배짱으로 높은 상속증여세를 그대로 놔두는지 잘 이해되지 않는다. 지금 상속세를 폐지해도, 이미 너무 늦었지만, 이제라도 없애야 한다.
- 박윤종 안세회계법인 대표이사, 공인회계사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