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 부위에 카메라가 부착된 벨트가 둘러진 벨루가 돌고래. <사진 로이터>
수상한 장비를 부착한 채로 북유럽 바다에 나타나 '러시아에서 훈련받은 스파이'로 의심받았던 흰 돌고래(벨루가)의 사체가 노르웨이 바다에서 발견됐다.
1일(현지시간) 영국 BBC는 "'발디미르'로 불리는 벨루가를 수년간 추적해 온 단체 '마린 마인드'가 노르웨이 남서쪽 리사비카 앞바다에서 그의 사체가 떠 있는 것을 발견했다"며 "검사를 위해 가장 가까운 항구로 옮겨졌다"고 전했다.
'마린 마인드'의 창립자 세바스티안 스트란드는 AFP 통신에 "사망 원인은 알려지지 않았고 초기 검안에서 눈에 띄는 부상은 없었다"며 "수의학 연구소에서 부검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벨루가의 수명은 40∼60년으로, 발디미르는 14∼15세로 추정됐다. 몸길이는 4.2m, 무게는 1225㎏으로 추정됐다.
발디미르는 2019년 4월 러시아 북부 함대가 주둔하고 있는 무르만스크에서 약 415km 떨어진 잉고야 섬 인근에서 어부들에 의해 최초 목격됐다. 당시 그의 몸통에는 '상트페테르부르크 장비'라고 적힌 벨트에 고프로(GoPro) 카메라가 둘러져 있었다.
이로 인해 노르웨이 당국자들은 벨루가가 러시아 해군으로부터 훈련받은 '스파이'일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전문가들은 과거에도 유사한 일이 있었다고 밝혔으나 러시아 측은 이같은 주장에 전혀 대응하지 않고 있다.
이후 노르웨이 국내 정보 기관의 조사로 이어졌고 이 벨루가가 사람의 손길에 익숙한 것으로 보인다며 사유지 등에서 탈출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추측했다.
BBC는 "러시아는 돌고래와 같은 해양 포유류를 군사적 목적으로 훈련한 역사가 있다"며 "노르웨이 매체 바렌츠 옵서버(The Barents Observer)는 무르만스크 북서쪽 지역의 해군 기지 근처에서 고래 무리를 확인했다"고 전했다.
마린 마인드는 페이스북에 "지난 5년간 발디미르는 수만 명에게 감동을 줬고 자연의 경이로움을 보여줬다"며 "발디미르는 절대로 잊히지 않을 것"이라고 추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