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대상 500만원 이하 제한-'행정 과부화' 차단
세금계산서 발행을 거부해 의도적으로 세금을 떼어먹는 악덕 사업자들로부터 선의의 사업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인 매입자발행세금계산서 제도(이하 셀프빌링제 Self-Billing)가 올해 7월1일부터 전격 시행된다.
이 제도는 매출자가 우월한 지위를 악용해 매입자에게 세금계산서를 발행하지 않는 등 세법질서 문란행위를 방지하고 세금계산서 미발급을 통한 자영업자의 과표음성화를 양성화로 돌리기 위한 차원에서 고안된 제도다.
이미 정부는 지난해 8월 올해 7월부터 시행한다는 셀프빌링제 도입 방침을 확정했고 지난 연말 국회에서 관련 법안이 통과됐다. 17일 정부는 제도시행과 관련한 구체적 사항을 담은 시행령을 확정, 입법예고했다.
□ 셀프빌링제, 어떤 제도인가?=내용은 복잡하지 않다. 매입자가 재화를 구입할 때 매출자가 세금계산서 발행을 거부할 경우 매입자 스스로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이를 세무당국에 신고, 확인절차를 거친 후 매입세액공제를 받는 방식이다.
매출자의 우월적 지위를 악용한 세금계산서 미발급은 시장에 '가짜세금계산서'유통이라는 부작용을 가져왔다. 부가세 과세의 절대적 요인인 세금계산서 흐름의 중간에서 뒤틀림이 발생, 막대한 행정력 낭비와 세금누수라는 결과로 이어진 것.
정부가 셀프빌링제를 도입하려는 일차적 목적은 이 같은 폐단을 막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시행령 신설을 통해 세금계산서 교부의무가 있는 일반과세자(과세사업자+면세사업자)는 모두 셀프빌링 발행이 가능토록 했다. 발행대상은 세금계산서 발급을 '거부'한 매출자(일반과세자)다.
확인대상 거래도 제한했다. 거래건당 10만원이상 500만원 이하로 정해졌으며 확인신청 및 방법은 공급시기 이후 15일 이내 세무관서에 증빙을 갖춰 서면신고하면 관할세무서에서는 일정기간 내에 이를 확인 매입자에게 통보하는 방식이다.
거래사실 입증책임은 매입자에게 귀속되도록 했다.
□ 국세행정 '실험대' 올려놓은 셀프빌링제=셀프빌링제 도입으로 인해 국세청의 행정력이 '실험대'에 오르게 됐다. 당초 제도 성패의 관건은 매입자들이 쏟아내는(?) 신고내역에 대한 국세청의 검증능력에 달렸다는 지적이 많았다.
특히 국세청이 제대로 된 검증을 해 내지 못할 경우 매출자에 의한 모럴헤저드가 아닌 매입자에 의한 모럴헤저드로 대규모 부정환급 사태가 우려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었다.
재경부는 이 같은 점을 감안 도입초기 일정부분 '스탠스'를 조절했다.
거래건당 금액을 10만원 이상 500만원 이하로 한정한 것은 제도입안 당국인 재경부와 행정당국인 국세청의 교감아래 이뤄진 최소한의 제도시행 '마지노 선'인 셈이다.
재경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10만원 미만의 소액 발행의 경우에는 너무 많은 사례가 발생해 국세청의 검증업무에 한계가 있다는 점이 우려됐고, 500만원 초과금액에 대해 세금계산서 발행을 거부했다면 사업자가 세무조사를 받아야 하는 사안이기 때문에 기준 금액을 설정했다"고 설명했다.
행정력이 뒷받침될 수 있는 선에서 제도를 도입 운용하겠다는 취지인 것.
그러나 재경부가 제도의 정착도를 지켜본 뒤, 적용폭을 점차 확대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 비춰볼 때 국세청의 행정력이 도입 초기에 얼마만큼 '순도 높은' 검증력을 발휘하느냐에 따라 제도의 지속성 및 항구성 여부를 결정짓게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