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한 아제르 여객기 생존자 "'쾅' 소리 나...비행기가 술에 취한 것 같아"

여객기 앞·중간 완파됐지만 뒷부분은 상대적으로 온전

대규모 드론 전쟁으로 민간 항공 여객기들 위험에 노출

추락한 아제르바이잔 여객기에 타고 있던 탑승객과 승무원이 비행 중 큰 굉음을 들었다는 증언이 나왔다.

여객기에 타고 있던 승객 수브혼쿨 라키모프는 27일(현지시각) 로이터통신에 "비행 중 적어도 한 차례 이상의 굉음을 들었다며 "비행기가 부서지는 줄 알았다"고 전했다. 그는 '쾅'하는 굉음이 난 뒤 "비행기가 손상을 입었다고 생각했다"며 "마치 비행기가 술에 취한 것 같았다"고 묘사했다.

또 다른 승객도 큰 마찰음을 들었다면서 소리가 두 차례 났다고 말했다. 바파 샤바노바는 "너무 무서웠다"며 "쾅하는 소리를 들은 후 승무원으로부터 비행기 뒤쪽으로 이동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했다.

수브콘 라키모프는 비행기가 고도를 잃기 시작하자 객실 내부를 촬영했다. 영상에는 천장에서 내려온 산소마스크와 구명조끼를 입은 승객들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또 피투성이가 된 사람들이 비행기에서 빠져나오는 모습도 보였다.

한 승무원은 "왼쪽 날개에서 쾅하는 소리가 들렸을 때 조종사가 비행기를 상승시켰다. 세 번의 쾅하는 소리가 났다"며 "이후 기내압력이 떨어졌다"고 말했다.
  지난 25일 그로즈니로 향하던 아제르바이잔 여객기가 돌연 항로를 바꿔 카자흐스탄 서부 악타우시 인근에 비상 착륙을 시도하다가 추락했다. 이 사고로 67명의 탑승자 중 38명이 사망하고, 29명이 생존했다.

승무원인 아사도프는 "기내 비상 상황으로 인해 바다에 착륙하라는 권고를 받았지만 기장은 대체 비행장으로 이동하기로 결정하고 악타우로 항로를 정했다"며 "그는 경착륙이 있을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승객들에게 대비하라고 말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생존자 상당수는 여객기 뒤편에 앉은 승객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러시아 타스 통신은 여객기가 추락하면서 중간과 앞쪽은 폭발해 완파됐지만 뒷부분은 상대적으로 온전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아제르바이잔 현지 당국의 예비조사 결과, 사고 여객기는 러시아군 방공망에 걸려 공격받아 추락한 것으로 파악됐다. 사고가 난 지역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에 맞서기 위해 방공 시스템을 가동해온 곳으로 알려져 있다.

로이터통신은 대규모 드론 전쟁으로 인해 민간 항공 여객기들이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