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훈 차장, 내부망에 '체포영장 막으면 위법' 글 올라오자 삭제 지시

"수사기관 영장 집행에 대한 물리력 행사는 공무집행방해"

법적 판단 근거 담긴 글..경호처 직원들 사이 활발히 공유

경호처 직원 전용 게시판에 "체포영장 집행을 물리력으로 저지하면 위법에 해당된다"는 취지의 글이 게시되자 김성훈 대통령경호처 차장이 경호처 내부에 게시물 삭제를 지시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11일 KBS뉴스에 따르면 이날 경호처 직원 전용 게시판에 "수사기관의 영장 집행을 물리력을 행사해 막을 경우, 정당한 행위로 인정받기 어렵다"는 내용의 게시글이 올라왔다.

게시자는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의 발언을 인용한 후 "영장의 위법 여부에 대한 논란도 해소되는 상황"이라며 "수사기관의 체포 영장 집행은 공무상 정당한 행위로 판단되며, 영장 집행에 대한 물리력 행사는 공무집행방해"라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천 처장은 지난 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현안 질의에서 "재판을 통해 (영장 발부가) 이뤄졌다면 이의신청 등 제도권 내 절차를 통해 다투는 것이 법치주의에 맞는다"고 밝힌 바 있다.

또 해당 게시글에는 2015년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에 대한 국가정보원의 압수수색 영장 등을 방해했던 통진당 당원들이 공무집행방해로 최종 유죄 판결을 받았던 판례가 언급된 것으로 전해졌다.

게시자는 "수사기관의 정당한 영장 집행은 경호법상 '경호 대상자에 대한 위해'라고 보기 어려우므로 응해야 한다"며 "관저 보호를 이유 등으로 영장 집행을 막는 것 역시 '정당한 행위'로 인정되기 어렵다"고 전했다. 다만 대통령 관저는 보안 시설인 만큼, 영장 집행시 시설 관리자가 참여하는 등 보안 유지를 위해 관계 기관에 협조를 요청해야 할 것이라는 내용도 담겼다.

법적 판단 근거가 담긴 해당 게시글은 경호처 직원들 사이에서 활발히 공유됐다.

파장이 커지자 경호처장 직무대리인 김 차장은 게시자의 소속 부서장에게 해당 게시글을 삭제하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부서장이 이를 거부하자 경호처 전산 담당 직원이 강제로 지운 것으로 알려졌다. 경호처 내부에서 적법성에 대한 논란이 제기되면서 내부 동요가 뚜렷해지는 모습이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을 방해(특수공무집행 방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김 차장은 세 차례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아 경찰이 강제 신병 확보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