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은 이날 판결과 관련해 공식 논평을 내지 않았으며 그룹 관계자들의 비공식 논평도 일절 삼가했다.
삼성그룹 공동 현안을 논의하는 사장단협의회 소속 대변인이나 임직원들도 판결에 대해 언급을 자제했다.
이는 이번 재판이 삼성으로서는 워낙 감당하기 어려운 큰 사안인데다 이 전 회장 등 이번에 재판을 받은 그룹 핵심 인사들이 대부분 현직에서 물러나는 등 그룹을 떠났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으로서는 전직 인사들에 대한 판결을 언급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을 뿐 아니라 사안이 민감한 만큼 신중한 태도를 취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삼성 관계자는 "이 전회장의 판결과 관련해서는 그의 변호인인 이완수 변호사가 입장을 밝힐 것으로 안다"며 "그룹에서는 일체 언급을 하지 않기로 했다"고 전했다.
삼성은 그러나 이같은 논평 자제에도 불구하고 이 전회장이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음에 따라 안도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앞서 이날 아침 서울 태평로 삼성본관에 근무중인 전 그룹 전략기획실 임직원들은 차분한 가운데 담담히 업무에 임하면서도 판결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긴장하는 분위기였으며 계열사 직원들도 재판 결과에 대해 궁금해하는 모습을 보였다.
삼성본관에 근무하는 삼성전자 임직원들은 그러나 이날 오후 이 전회장이 에버랜드 전환사채(CB) 관련 무죄, 삼성 SDS 신주발행 사건 공소시효 만료로 인한 면소 등의 판결을 받으면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자 크게 안도했다.
삼성 관계자들은 특히 지난 수년동안 쟁점이 돼왔던 에버랜드 전환사채 저가발행을 통한 경영권 편법 승계 의혹과 관련해 이 전회장이 무죄를 선고받은 것으로 알려지자 "삼성을 끊임없이 괴롭혀왔던 이 논란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지 않겠느냐"며 기대감을 나타났다.
이에앞서 삼성그룹은 결심 공판이 예정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날 오전 8시 평소대로 주요 계열사 사장단 4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1시간 정도 정기 사장단협의회를 열었다.
협의회에서는 정연주 삼성엔지니어링 사장이 이 회사의 플랜트 사업전망에 대해 계열사 사장들에게 설명했으며 그룹 공통 현안은 안건으로 상정되지 않았다.
삼성 관계자는 이 회의의 최고 좌장격인 이수빈 삼성생명 회장은 이날 협의회에 참석하지 않았으며 회의 참석자들 사이에 재판 관련 사항은 논의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