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투명성은 기업 책임?…정부 지원은 '全無'
"상장사는 소수다, 법인세 인하했잖아…세액공제 어렵다"
지난 2004년 코스닥에 상장한 한 회사는 2011년부터 상장회사에 의무적으로 도입되는 국제회계기준(IFRS) 때문에 걱정이 태산이다. 국제회계기준 도입을 준비하고 있는 일부 상장회사를 조사해 보니 도입 준비에 상당한 금액이 소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회사의 사장은 "상장회사가 되자마자, 감당해야 할 회계비용이 너무 크다"며 "내부회계관리시스템(현재는 비상장회사도 적용)을 도입하는 데 이어, 국제회계기준까지 감당해야 한다"고 답답한 심정을 토해냈다.
내부회계관리제도는 기업 사정에 따라 한 기업당 500만원∼2000만원의 비용이, 국제회계기준은 기업의 크기에 따라 몇 십억원에서 몇 백억원까지 비용이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회계기준이 무엇이고, 왜 도입해야 하는지 등의 얘기는 많이 들었지만, 비용이 어마어마해 국제회계기준을 위한 시스템 도입을 준비하기에 엄두가 나지 않는다는 얘기도 나온다.
국제회계기준 도입 과정은 크게 3단계(준비단계 자문, 시스템 개발 및 전환용역, 실무 적용)로 나뉘는데, 특히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는 2단계의 비용이 가장 큰 것으로 알려졌다.
회계관련 비용이 커짐에 따라 상장 기업들의 고민은 점점 깊어지고 있다.
정부에서 '회계투명성'을 강조하면서 회계선진화를 외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책임을 기업들에게만 지우고 있어 기업들의 입장에서는 불만이 쌓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18일 기획재정부와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올해 8월 정부의 세제개편을 앞두고 전국경제인연합회, 대한상공회의소, 중소기업중앙회 등을 중심으로 기업들의 불만사항이 접수되고 있다.
특히 상장기업들을 중심으로 국제회계기준 도입에 대한 부담감이 형성돼 국제회계기준 등에 따르는 비용을 법인세에서 공제해달라는 요구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회계투명성은 기업 책임…정부는 "지원 안 해"= 상장기업들은 국제적 회계 투명성 제고를 위해 내부회계관리제도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으며, 한국회계기준원의 로드맵에 따라 2010년 12월말까지 국제회계기준을 도입해야 한다.
그러나 지난 4월 삼일회계법인에 따르면 1월 현재 678개 상장기업 중 90% 이상이 국제회계기준 도입을 위한 준비를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회계기준을 위한 관련 법률안 개정이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에 도입 준비가 저조하다는 의견과 함께 국제회계기준 도입에 대한 기업 부담이 커 뒤로 미루는 경향이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상장기업들은 "국제회계기준 도입에 소요되는 비용을 포함해 상장기업이 회계투명성을 위해 투여하는 비용에 대한 세액공제가 필요하다"고 요구하고 있다.
상장기업들은 내부회계관리시스템의 경우 회사당 500만원∼2000만원의 비용을, 국제회계기준 도입과 관련해서는 기업 당 몇 십 억원에서 몇 백 억원이 투입될 수밖에 없는 상황.
상장기업의 한 관계자는 "내부회계관리제도, 국제회계기준의 도입에 따라 시스템 정비, 운영 및 관리와 외부감사에 많은 비용을 부담하고 있다"며 "그러나 세제지원을 포함한 국가의 지원은 전무한 상태"라고 토로했다.
회계투명성을 제고하라는 요구(정책)만 내놓고, 너무 '나 몰라라'한다는 것이 기업들의 불만이다.
상장회사협의회의 한 관계자는 "내부회계관리제도를 도입했을 때도 세액공제를 해달하고 요청했으나 정부 당국에서는 회계투명성이 좋아지는 일을 하면서 세액공제까지 해야 하느냐는 식으로 나와 무산됐다"고 말했다.
□ 상장기업들, "세액공제" 요구…정부, "법인세도 낮췄는데..."= 이에 따라 상장기업을 중심으로 내부회계관리제도, 국제회계기준 도입을 목적으로 기업이 부담하는 시스템 개발, 컨설팅, 인건비에 대해 일정부분을 법인세에서 공제해달라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는 것.
한 상장기업의 관계자는 "실제 투입한 비용 전액을 공제해 주면 좋겠지만 국제회계기준 도입과 관련한 비용을 법인세 등에서 10%정도 세액 공제하는 제도를 도입하면 기업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내부회계관리제도와 국제회계기준은 국제적으로 높은 수준의 회계투명성을 인정받아 국가 전체의 신뢰도를 향상시키는 효과가 있어 이 제도들이 정착되면 국가 세수의 근간이 되는 과표양성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즉 국가 세수가 기여할 수 있는 점을 고려해 세제지원을 통한 기업의 자금부담을 완화시키고 동시에 의무대상이 아닌 기업들까지 자연스럽게 참여를 유인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정부는 아직까지 이 같은 기업들의 목소리에 '귀'를 닫고 있는 모습.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국제회계기준이 도입되는 기업은 소수에 불과하다"며 "올해 정기국회에서 법인세율을 대폭 낮출 계획인데 추가적인 세액공제를 해주는 것은 어려운 문제"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