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천징수 잘못된 가산세-왜 기업이 부담합니까?"

기업들, 국가는 해당 공무원이 가산세 의무‥"근로자가 직접 내야"

'비즈니스 프랜들리(Business Friendly)'. 국가경제의 중추인 기업들에게 친화적인 정책을 통해 경제활성화를 최대한 이끌어내겠다는 이명박 정부의 의지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현 정부의 캐치프레이즈.

기업 친화 정책의 핵심은 조세정책이다. 기업들은 조세정책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합리적인 조세정책의 전개는 기업의 경영활동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도록 만드는 대표적인 정부의 정책 툴(Tool)이다. 

법인세율 인하 등 대대적인 '기업 세부담 완화'도 분명 필요한 부분이다. 그러나 정작 기업들이 정책당국에 바라는 것은 '규제형 조세정책의 근본적인 개선'이다.

불합리한 조세제도는 아무리 작더라도 기업의 부담을 가중시키기에 충분하다.

비즈니스 프랜들리의 실현은 기업 현장에서 뿜어져 나오는 불합리한 조세제도 개선의 목소리를 정부 조세정책에 적극 반영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기업들은 어떤 조세제도에 불만을 표출하고 있을까. 조세일보가 기업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봤다. <편집자주>

□ 대기업 경리팀장 A씨의 고민은?= 대기업 경리팀장 A씨는 올해 초 국세청으로부터 '원천징수납부 불성실가산세' 통지서를 받고, 고민에 빠졌다.

통지서에는 소속 근로자들이 부당한 소득공제를 통해 세금을 적게 냈다며 부당 소득공제 내역과 함께 이에 대한 가산세를 납부하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A씨는 이 내용을 사내 세법연구 모임에서 안건으로 삼아 토론을 벌였는데, 뜻밖의 사실을 발견했다. 근로자가 잘못 계산한 원천징수 세액의 가산세는 기업이 내야 하는데, 국가는 부당공제를 받은 공무원에게 가산세 납부의무를 전가할 수 있다는 것.

세법전을 뒤져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한 A씨는 기획재정부와 국세청 등 관련 부처에 따져봤지만, 현행 법 체계상 어쩔 수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분통이 터졌지만 결국 '법대로' 근로자들의 원천징수불성실가산세를 회사 이름으로 내줄 수밖에 없었다. 
 
□ 매년 반복되는 기업들의 '세법개선 건의'= 올해 8월 정부의 대대적인 세제개편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기업들의 불만사항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대한상공회의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세무사회 등에서는 이러한 내용들을 모아서 재정부에 건의해놓은 상태다.

이 같은 대대적인 세법건의안 제출은 매년 반복되는 연례행사.

기업들이 제기하고 나선 세제개선 건의사항 중에는 각 세법 조항에 대한 이해관계가 얽힌 기업의 세금을 줄여달라는 내용도 많지만, 위의 사례와 같은 불합리한 제도를 고쳐야 한다는 내용이 훨씬 많다.

현재 재정부에는 연말정산 원천징수불성실가산세 제도가 잘못돼 있으며, 이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세제개선 건의안이 접수돼 있다.

이는 정책수요자인 기업들이 제기한 '불만사항'이다.

근로자가 연말정산 과정에서 잘못 계산해 적게 낸 세금에 대해 원천징수의무자인 기업이 책임을 져야 하는 현행법이 문제가 있다는 내용이다. 기업이 근로자의 사생활과 공제내역을 일일이 확인할 수 없는데도, 가산세 등의 의무를 부여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것.

특히 국가(정부 및 지자체)의 경우에는 연말정산을 잘못해 세금을 적게 낸 해당 공무원에게 가산세를 전가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어 형평성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 현행 원천징수불성실가산세 어떻게 돼 있나?= 현행 소득세법 제158조에 따르면 원천징수의무자가 원천징수납부세액을 과소 납부한 경우 미납세액의 5∼10%에 해당하는 가산세를 징수토록 하고 있다.

이에 대한 가산세 납부의무는 전적으로 원천징수의무자(기업)가 부담하고 있기 때문에 근로자가 적게 낸 세금을  대신 납부하도록 돼 있다. 근로자 개인의 잘못을 원천징수의무자인 기업이 지는 다소 이해하기 힘든 형태로 운영되고 있는 것.

그런데 여기에는 예외조항이 있다. 국가 등으로부터 근로소득을 지급 받는 자가 부당하게 근로소득 공제신고를 받은 경우에는 근로소득자로부터 가산세를 징수토록 되어 있다.

즉 중앙정부 및 지자체 공무원들이 부당한 공제를 통해 세금을 적게 신고하면, 이에 대한 가산세는 국가가 아닌 공무원들이 직접 내도록 하는 것이다.

□ "근로자가 잘못 신고한 세금을 왜 기업이 냅니까"= 기업 입장에서는 현행 원천징수불성실가산세 제도가 불합리한 점이 많다고 지적한다.

근로자가 연말정산 원천징수 세금을 적게 신고한다고 해도 일일이 확인할 수 없는데, 그에 대한 가산세 책임은 기업이 져야 한다는 게 말이 안 된다는 설명.

모 대기업 세무팀장은 "근로자가 기부금 부당공제나 가족 간의 이중공제를 받는 경우 기업에서는 사전에 확인할 방법이 없다"며 "그렇다고 직원들의 사생활을 감시할 수도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 팀장은 "회사가 법인세를 잘못 냈다면 분명 책임을 져야 하겠지만, 근로자가 잘못 계산한 소득세까지 내준다는 건 논리가 맞지 않다"며 "만일 기업이 직원에게 가산세를 내라고 하면 민법상의 문제나 노사분쟁까지도 확대될 수 있어 그렇게도 못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국가의 경우에는 가산세를 공무원이 납부토록 돼 있는 현행 세법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나왔다.

유통업체 경리팀 관계자는 "공무원과 근로자가 세금을 적게 냈는데, 국가는 공무원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기업은 기업이 책임져야 하는 것은 형평성 차원에서도 맞지 않는다"며 "법적으로 논리가 맞지 않는데도 정부의 행정편의주의로 인해 개선이 안되고 있다"고 말했다.

□ 재정부 "세법 개선 여부 검토하고 있다"= 세제개편 관련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에서는 이러한 기업들의 원천징수불성실가산세 관련 지적에 대해 일단 검토해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재정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현행 세법 체계에서는 원천징수세액을 원천징수의무자로부터 받도록 돼 있기 때문에 가산세 납부의무도 동시에 적용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국가와 기업의 가산세 관련 형평성 문제에 대해서는 "과거 국가 공무원에게는 원천징수불성실가산세 규정 자체가 없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제재수단을 마련했던 것"이라며 "기업에 대해서도 적용이 가능한지 세법 전반적인 차원에서 검토해보겠다"고 덧붙였다.